[人터뷰]람보르기니, "배터리는 물론 합성연료도 쓰겠다"

입력 2022-11-15 20:34  


 -람보르기니 스테판 윙켈만 회장
 -전기차·모빌리티 시대에도 브랜드 정체성 유지에 주력
 -첫 순수 전기차는 4인승 GT

 "람보르기니는 전동화 시대에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고성능과 운전의 즐거움을 희생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항상 드림카를 창조한다"

 지난 9일 람보르기니 서울 전시장에서 만난 스테판 윙켈만 회장의 말이다. 그는 전동화와 내연기관의 지속가능성 등 지금 람보르기니를 둘러싼 모든 이슈가 소비자들의 드림카와 연관돼 있음을 잘 아는 경영자다. 그럼에도 드림카로서 람보르기니만이 갖고 있는 정체성을 누누이 강조했다.


 람보르기니의 드림카 전략은 세계적인 공급난과 불확실성 속에서도 역대 최고 실적에 기여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글로벌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약 8% 증가한 7,430대를 기록했다. 매출액 또한 19억3,000만유로(한화 약 2조6,684억원)로 30.1% 늘어났다. 영업 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68.5% 증가한 5억7,000만유로(약 7,882억원)를 달성했다. 매출이익률은 22.8%에서 29.6%로 높아졌다. 

 그는 실적 배경으로 브랜드의 회복 탄력성과 품질, 그리고 파트너 등을 꼽았다. 윙켈만 회장은 "매력적인 제품군과 수요 대비 적은 공급으로 유지한 높은 선호도, 핵심 시장의 균형 있는 판매대수, 세계적으로 높은 브랜드 평판, 회사 직원들의 열정과 능력, 어려운 시기에 지속된 협력 네트워크 등이 결실을 맺고 있다"며 "공급 증가, 제품군 확대, 커스터마이징 활용도 증가로 이뤄낸 수익성 역시 하나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어 "람보르기니 직원들의 노력과 소비자, 브랜드 팬들이 람보르기니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만드는 회사, 아니 드림카를 만드는 회사라는 점을 믿어 주신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람보르기니는 지난 9월 드림카의 상징으로 꼽히는 V12 엔진의 아벤타도르 생산을 멈췄다. 탄소중립을 위한 전동화로 발걸음을 옮기기 위해서다. 그리고 초석은 이미 다져 놓은 상황이다. 이를 두고 윙켈만 회장이 예로 든 것은 2019년 선보인 고성능 하이브리드카 '시안(Sián)'이다. 그는 "시안을 통해 람보르기니가 고유 DNA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제도에 적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며 "람보르기니 전기차를 구매한 사람들은 무엇보다 운전을 통해 제품 자체가 람보르기니인 것을 끊임없이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람보르기니는 2023년 첫 번째 PHEV로 신형 아벤타도르를 낙점한 상황이다. 새 아벤타도르는 독자 개발 제품으로, V12 엔진과 PHEV 시스템을 얹는다. 이어 회사는 2024년 안에 모든 제품의 부분 전동화를 이루고 2020년대 후반에 BEV(Battery Electric Vehicle)를 내놓겠다는 복안이다. 윙켈만 회장은 그 힌트로 "람보르기니의 첫 BEV는 매일 운행할 수 있는 차가 될 것"이라며 "제품 구성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4인승과 2도어 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순수 전기 람보르기니는 최고 성능, 독특하고 순수한 디자인, 감성적이며 역동적인 가치 등 브랜드 DNA 핵심을 유지할 것"이라며 "우리는 GT로 시작을 했고, 순수 스포츠카가 아닌 다른 차도 만든 역사가 있어 전기차에 있어서도 GT가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기차에 대한 람보르기니의 고민은 적지 않다. 내연기관과 달리 출발 즉시 최대토크를 발휘하기에 가속 성능의 상향 평준화가 불가피한 탓이다. 전기차 분야에서 고성능차 브랜드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윙켈만 회장은 "람보르기니는 전동화 과정 전반에 걸쳐 브랜드 전통을 유지하면서 최고의 성능과 주행 감각을 보장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최고의 성능과 핸들링으로 새로운 시대, 배터리 전기차 시대에서 역동성이 무엇인지 정의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전했다.

 내연기관을 유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속가능한 연료에 대한 견해도 들을 수 있었다. 윙켈만 회장은 "우리는 그룹 차원에서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를 위한 바이오 연료를 연구하고 있다"며 "우리의 엔진은 매우 상징적이고, 브랜드 신화를 만드는 데 기여했기 때문에 함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이 분야에 대한 개발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연기관 유지는 법규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내연기관 유지에 너무 많은 장벽이 있다면 전동화를 하겠지만 혹시라도 기회가 있다면 탄소 중립적인 합성 연료를 통해 전기차가 아닌 다른 방향을 엿보고 있다"며 "전동화는 데일리카로 쓸 수 있는 우루스나 새로운 제품군에 치중하게 될 것이고, 아벤타도르나 우라칸의 후속 제품은 합성연료나 향후 발전에 따라 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내 시장을 두고 높은 잠재력을 지닌 곳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한국은 2017년 20대였던 등록대수가 지난해 353대로 5년 만에 16배 이상 증가했다. 윙켈만 회장은 "우루스를 포함한 신차들의 성공적인 출시와 람보르기니서울이 진행한 소비자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소비자들의 열정을 찾아볼 수 있었다"며 "새로운 고객들로 떠오르는 젊은 세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람보르기니는 2023년 창립 60주년을 앞두고 있다. 윙켈만 회장은 "아벤타도르 시대가 지나고 브랜드 리포지셔닝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첫 번째 PHEV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브랜드를 대표하는 차로 무엇을 보여줄 지에 보다 중점을 두고 60주년을 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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