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김포한강2 콤팩트시티' 건설 계획과 지하철 5호선 연장 방침을 발표하면서 김포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기존에 심각했던 교통난이 지하철 5호선 연장으로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지만, 공급 폭탄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경기 김포시 마산동·운양동·장기동·양촌읍 일대 731만㎡가 4만6000가구 규모 김포한강2 콤팩트시티로 거듭난다. 2027년 분양을 시작해 2030년께 첫 입주를 한다는 목표다. 입주 시점과 맞춰 지하철 5호선도 연장 개통한다. 서울시, 김포시, 서울 강서구는 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김포에서 서울 강남구 삼성동으로 출근하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지하철 5호선 연장 소식이 무엇보다 반갑다"며 "출근길에 김포골드라인을 타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2시간 일찍 나온다. 열차는 비좁고 사람은 많아 이용하는 자체가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김포시에 따르면 출퇴근 시간대 김포골드라인 혼잡도는 285%까지 오른다. 2량으로 운행되는 열차 정원은 172명이지만, 실제로는 500명 가까운 인원이 탄다는 의미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혼잡도가 230%면 승객으로 빈틈없이 가득 차 더는 탈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더는 탈 수 없는 상태에서도 100명을 추가로 태운다는 것이다. 김포골드라인이 '지옥철'로 불리는 이유다.
그간 심각한 교통난을 겪어온 탓에 국토교통부의 발표 이후 김포 집주인들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운양동의 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상황이 급하지 않은 집주인들은 매물을 내리고 있다"며 "지하철 5호선이 들어오면 진짜 역세권으로 거듭난다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다른 개업중개사도 "그간 김포는 별다른 호재가 없었고 교통난도 심한 탓에 다른 지역보다 저평가되어 왔는데, 이번 발표로 앓던 이가 빠진 셈"이라며 "김포한강2와 맞닿은 지역에 투자 문의도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대표 아파트들을 살펴보면 실거래가와 호가 모두 수억원 내린 상태다. 지난해 9월 11억원에 거래된 걸포동 '한강메트로자이 2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6억5500만원에 팔렸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9월 8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던 풍무동 '풍무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 역시 최근 호가는 5억원대로 내려왔다.
다만 김포한강2 콤팩트시티 발표 이후 매물이 줄어들며 이날에는 7737건까지 감소했다. 발표 이후로만 130건 가까이 사라진 것인데, 그만큼 집주인들의 가격 상승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지역 내에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김포한강2 콤팩트시티에 들어설 4만6000가구라는 공급 물량은 다소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이미 지리적으로 근접한 인천 검단신도시의 7만5000가구 공급 폭탄으로 집값이 눌린 상태에서 추가적인 공급이 이어지면 하락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풍무동의 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왕릉 뷰 아파트' 사건에서 보듯 검단이 매우 가깝고,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며 "2025년이면 검단의 공급 폭탄도 끝나 가격이 좀 오르지 않을까 했는데, 2027년부터 4만6000가구가 쏟아지게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지하철 5호선이 김포에서 검단을 경유해 한강신도시로 간다면 두 지역 모두 공급 폭탄의 수렁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통난이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고촌읍의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결국 서울로 오가는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인데, 출퇴근 시간 48번 국도는 이미 교통체증이 심각한 상태"라며 "지하철이 계획대로 제때 들어올지도 알 수 없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김포한강2 콤팩트시티로 인해 정주 여건은 개선되겠지만, 집값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자족 기능 확충이다. 공급 물량을 지역 내에서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일자리 공급이 필수적이라는 진단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콤팩트시티는 기본적으로 수직 방향의 고밀개발 콘셉트다. 생활에 필요한 인프라도 집중적으로 배치하기에 생활의 편리함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일자리와 기업 유치를 통한 자족도시 기능 육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도 "워낙 인프라가 부족했던 지역이기에 이번 개발로 인프라가 보강돼 정주 여건이 나아질 것"이라면서도 "대규모 공급 물량이 한 지역에 몰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향후 자족 기능을 어떻게 갖추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 역시 "지하철 5호선 연장으로 검단신도시와 한강신도시가 연결되면 수요 분산이 불가피하다"며 "공급 물량 소화를 위해 일자리를 유치해 자족 기능을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지 신도시 가운데 자족 기능 확보에 성공한 사례는 강남의 대체재 역할을 한 판교신도시 한 곳에 그쳤다.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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