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한 이탈리아에서 한 20대 여성이 아이를 갖지 않기 위해 수술했다는 사실을 고백한 후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일간 '일 가제티노'에 따르면 프란체스카 구아찌(28)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5년 전 베로나의 한 병원에서 양측 난관 절제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수술은 할리우드 여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유방암과 난소암 가족력이 있어 유전자 검사 후 유방과 난관을 모두 절제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졸리처럼 향후 출산 계획이 더 없을 경우, 난소암의 위험도를 줄이기 위해 예방적 난관 절제술을 받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구아찌는 자연 임신의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양측 난관을 자신의 몸에서 뗏다. 그는 "피임 기구로는 충분하지 않았다"며 "콘돔이 찢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모든 관계에 임신의 공포가 따라다녔다"고 전했다. 이어 "내가 이기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모든 여성은 자신에게 적합한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결정에는 책임이 따른다"며 "내 결정을 후회하리라 생각하지 않지만 그런 일이 생긴다면 체외 수정을 통해 임신 및 출산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아찌는 소셜미디어(SNS)에 운동과 건강에 관한 영상을 올리는 피트니스 강사다. 팔로워는 4만5000명 정도다. 이탈리아의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1.24명(2020년 기준)이다. 이는 38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가장 낮다.
이탈리아 정부가 출산 장려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인터뷰 기사가 보도되자 구아찌의 SNS 계정에는 비난이 폭주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탈리아 누리꾼들은 프란체스카의 인스타그램을 찾아 저출산 문제를 지적하며 "팔로워 수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 "이기적이다", "지금은 너무 어린데 나중에 후회하면 어쩌려고 그러냐" 등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일부는 자유롭게 성관계를 갖기 위한 것이라며 모욕성 글을 적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체는 "프란체스카의 선택은 숙고한 결과다. 어떤 법률도 위반하지 않은 개인의 선택"이라면서 "그러나 소셜미디어의 사람들은 대부분 부정적이고 논쟁적"이라고 전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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