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가운데 물가 상승, 금리 인상 속도를 고려했을 때 대부업체가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해줄 수 있는 적정 금리는 아무리 낮아도 연 26.7%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재 법정 최고 대출 금리는 연 20%다.
대부업·저축은행 등 저신용 서민에게 대출을 공급하는 금융사들은 자금 조달 비용이 크게 늘어난 반면 대출자로부터 받을 수 있는 금리는 연 20%로 묶여 있어 아예 대출을 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해왔다. 실제 작년 7월 최고 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낮아진 뒤 약 40만 명이 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상당수는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 교수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과 물가상승률에 따라 대부금융시장의 적정 금리 수준을 예측한 결과를 이날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기준금리와 물가상승률이 각각 3%, 5%일 때 적정 대출 금리는 최저 연 26.7%, 최고 연 37.7%였다. 대출 금리가 아무리 낮아도 연 26.7%는 돼야 금융사가 자금 조달 비용, 부실 가능성 등을 고려해 저신용자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다는 뜻이다.
기준금리가 4%까지 오를 것을 가정했을 때 대부금융시장의 적정 금리는 최저 연 32.5%로 추산됐다. 현재 금융시장에선 한국은행의 최종 금리를 3.25~3.75%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지금처럼 법정 최고 금리가 연 20%로 고정될 경우 매년 20~30만 명이 대부업체에서조차 돈을 빌리지 못하고 밀려날 것으로 추정됐다. 최 교수에 따르면 현재 대부금융시장의 초과 수요, 즉 돈을 빌리고 싶어도 빌리지 못하고 있는 대출 수요는 약 2조원 규모다.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이 5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약 40만명이 제도권 금융에서 돈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법정 최고금리를 연 15%로 추가 인하할 경우 초과 수요는 12조8000억원, 256만명으로 추산됐다. 현재 국회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법정 최고금리를 연 12~15%로 추가 인하하겠다는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최 교수는 "최고 금리 인하의 취지는 '포용적 금융'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저신용자의 대부금융시장 이용 기회를 줄이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작년 7월 최고 금리가 인하된 후 작년 대부업 신용대출 규모는 2년 전보다 약 1조9000억원(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신용자가 신용이나 담보 없이도 돈을 구할 수 있는 길이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제도권 대부업체에서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난 저신용자는 최대 5만6000명, 금액으로는 97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이 치솟은 올해엔 저신용자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현상이 더 심해졌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 교수는 "대부금융시장의 적정 금리 수준은 시장 상황 등에 따라 가변적이므로 고정적인 금리 상한을 두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며 "시장 지속 가능성을 위해 경제 상황에 따라 최고 금리를 올릴 수도 있는 탄력적 규제가 실효적"이라고 했다. 이어 "대부금융시장은 저신용 취약 계층이 주로 참가하는 시장으로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며 "단기 소액 대출에 대해선 최고 금리 적용의 예외로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승보 대부금융협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영업환경 악화로 작년 말 대부업계의 담보대출 비중이 신용대출 비중을 최초로 초월하며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악화됐다"며 "서민금융으로서의 역할을 지속하기 위해 법정 최고금리 상한이 적정 수준으로 유연하게 운용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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