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부쩍 쌀쌀해졌다. 요즘처럼 기온이 떨어지면 우리 몸의 근육과 혈관, 신경 등은 위축되고 경직된다. 활동량이 줄고 면역력이 약해져 기존에 있던 질병이 악화하거나 숨어 있던 질병이 갑작스레 발현하기도 한다. 건강 관리에 빨간불이 켜지는 때다. 그중 당뇨병은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 겨울에는 신체의 혈액순환이 둔해져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동양인이 서양인에 비해 췌장 크기가 작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슐린을 적게 분비하고 췌장 기능도 떨어져 당뇨병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 같은 신체 조건을 갖춘 데다 식습관이 점점 서구적으로 변하다 보니 내장비만이 늘고 상대적으로 당뇨병이 증가하는 것으로 의료계는 분석하고 있다.
당뇨병은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높아져 소변과 함께 배출되는 질환이다. 포도당은 탄수화물의 기본 성분이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위장에서 포도당으로 바뀐 뒤 혈액으로 흡수된다. 이렇게 흡수된 포도당이 세포에서 작용하려면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필요하다. 인슐린이 모자라거나 성능이 떨어지면 포도당이 혈액에 쌓인다.
김은숙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이 무서운 것은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 때문”이라며 “살이 빠지거나 갈증이 심하고 소변이 자주 마려운 증상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심한 고혈당으로 인한 심각한 위험 신호는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한다. 부모가 모두 당뇨병이면 자녀에게 당뇨병이 생길 확률은 30%다. 대표적 환경 요인은 비만이다. 비만하면 인슐린을 더 많이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이 과부하 상태가 되고 자연히 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당뇨병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스트레스도 주요 원인이다. 스트레스를 오랫동안 많이 받으면 부신피질 호르몬 분비가 늘어난다. 이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져 당뇨병 위험이 커진다. 인슐린과 글루카곤 호르몬에 문제가 있어도 당뇨병이 생긴다. 소화기에 염증이 있으면 면역력과 당 대사 능력이 떨어져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평소 복용하는 약 때문에 당뇨병이 생기기도 한다. 부신피질 호르몬제, 이뇨제, 경구용 피임약, 소염진통제, 갑상샘 호르몬제 등을 오래 사용하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위 절제수술을 받은 뒤 당 대사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정기검진에서 당뇨병 전 단계라는 진단을 받게 되면 의료진은 보통 규칙적인 식습관, 균형적인 식단과 함께 운동을 시작하길 권한다. 비만하다면 체중 감량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1년 1회 정기적인 검사는 필수적이다. 김 교수는 “우리가 안경 쓰는 것을 완전히 치료했다고 하지 않듯이 당뇨병도 마찬가지”라며 “혈당을 잘 관리하면 합병증 예방이 가능하고 불편 없이 일상생활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뇨병을 치료할 때는 하루 동안 최고 혈당과 최저 혈당의 차이인 혈당 변동폭을 확인하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조절되는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혈당이 급격하게 변할수록 혈관 속 산화스트레스가 증가해 혈관의 내피세포를 자극하고 동맥경화를 부르는 등 혈관을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혈당 변동폭은 하루 중 최고 혈당과 최저 혈당에 달려 있기 때문에 저혈당이나 고혈당과도 관련이 깊다.
최근 당뇨병 임상 진료지침은 개인별 ‘맞춤치료’를 권고한다. 개별화한 혈당 조절 목표를 제시하고 혈당 수치에 근거한 지표에 환자가 처한 다양한 상황을 감안한다. 당뇨병 치료의 목표는 환자의 혈당 조절을 향상하고 당뇨 합병증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 너무 비만하거나 이상지질혈증이 동반되는 경우 또는 단백뇨 발생 등의 콩팥 이상 징후가 보이는 경우 등 환자 상태에 따라 권장되는 식사 요법에 차이가 생긴다. 의사와 상의한 뒤 개인에게 맞는 식사 요법을 따르는 것이 좋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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