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사진 촬영 도중 팔짱을 낀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외교 결례' 등을 거론하며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팔짱을 낀 적이 있다고 반박했지만,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김건희 여사의 팔짱과 김정숙 여사의 팔짱은 맥락이 다르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고 의원은 지난 15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김건희 여사의 팔짱에 대해 "사실 조금 불편하기는 하더라"며 "조금 더 공적 마인드가 있었다면 그렇게 안 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김정숙 여사도 마크롱 대통령과 팔짱 끼지 않았느냐'고 하던데 그 내용을 잘 보면 알겠지만 (김정숙 여사와) 팔짱을 제대로 낀 건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라며 "마크롱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에게 뭔가를 권유하면서 여사의 팔짱을 껴서 어딘가로 갔던 것 같다"고 했다.
김정숙 여사와 팔짱을 '제대로' 낀 건 마크롱 여사라는 게 고 의원의 주장이다. 그의 주장을 반대로 해석하면 김정숙 여사가 마크롱 대통령과는 팔짱을 '제대로 끼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2018년 청와대는 "마크롱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의 팔짱을 끼고 어디론가 이끌기 시작했다"고 알렸는데, 당시 현장 사진은 확인되지 않아 마크롱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의 팔짱을 제대로 꼈는지, 제대로 안 꼈는지는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이어 고 의원은 "김건희 여사가 바이든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뭔가 윤활유 역할을 하고자 의도한 건진 모르겠으나, 사적인 자리가 아니지 않냐"며 "대통령의 부인으로서 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지난 14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한민국의 영부인, 퍼스트레이디인데 미국 대통령의 팔짱을 낀 모습은 조금 보기 불편하더라"며 "팔짱을 왜 끼나. 이게 공공 외교의 한 방법인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근함의 표시일 수 있는데, 그래도 정상 간의 만남"이라며 "그냥 사적인 자리나 파티도 아닌데 그래서 눈에 띄더라"고 했다.
야권 원로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도 지난 14일 KBC '여의도 초대석'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의 팔짱을 두고 "영부인들이 그렇게 한 걸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다"며 "오버다. 그런 게 오버 아닌가. 조금 거시기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반면 국민의힘은 김정숙 여사도 과거 마크롱 대통령과 팔짱을 낀 적이 있다며 '적반하장'이라는 반박을 내놨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2018년 '마크롱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의 팔짱을 꼈다'는 청와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캡처해 올리면서 "마크롱 팔짱 안 보이고 김건희 여사 팔짱만 보이냐"고 했다.
박 의원은 "김건희 여사가 바이든 대통령의 팔짱을 낀 사진을 보고 '오버', '불편', '본 적도 없다' 등 딴지 거는 분들이 있는데, 또 헛다리 짚었다"며 "2018년 10월 16일 마크롱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의 팔짱을 꼈다는 건 보지 못했냐"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그건 '오버' 아니고, '불편'하거나 '거시기'하지 않았냐"면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공식 SNS에 자랑까지 한 것을 몰랐다면 무식한 것이고, 알았다면 적반하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팔짱도 외교다. 친분의 표시이고 친절의 예의"라고 강조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그런 친분은 과시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김정숙 여사도 과거에 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팔짱을 낀 적이 있다. 결례는 아니다"라고 했다.
또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는 "김건희 여사가 국위 선양을 위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얼마나 자랑스럽냐"며 "인정할 건 인정해줘야지 왜 자꾸 김건희 여사를 흠집 내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또 "역대 영부인 중 이렇게 미모가 아름다운 분이 있었냐"며 "그런 긍정적 측면을 보지 못하냐"고 하기도 했다.
한편, 김건희 여사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캄보디아가 주최한 갈라 만찬에 참석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사진을 찍었다. 이 자리에서 김건희 여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팔짱을 끼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서로의 근황에 관해 묻고 정답게 사진 촬영을 했다"고 전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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