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산 구매 우선 정책(바이 아메리칸)'영향으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대기업그룹의 미국내 공장 건설 추진이 잇따르는 가운데, 국내 폐수·하수처리 중소기업의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미국 진출 15년만에 현지에서 독보적인 기술과 성과로 주목을 끈 국내 대표 수처리기업 부강테크가 그 주인공이다.
부강테크는 미국 조지아주에서 SKC의 반도체 글라스 기판 자회사인 앱솔릭스의 폐수처리시설 사업을 '턴키'수주했다고 16일 밝혔다. 부강테크는 이 폐수처리시설의 설계부터 조달, 시공, 건설, 시운전까지 책임지는 일괄 수주 계약(턴키)을 따냈다. 미국내에서 활약하는 유일한 한국 수처리업체로서 지난해 풀무원 두부 공장 폐수처리사업을 수주한 이후 이번이 두번째 쾌거다.
풀무원과 앱솔릭스가 미국 현지 기업 대신 이 회사에 폐수처리시설을 맡긴 이유는 축적된 사업 노하우와 높은 기술, 빠른 대응,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이 회사 김동우 창업주는 "미국의 폐수처리장 수질 기준은 주 마다 달라 어떤 곳은 한국보다 엄격하고, 어떤 곳은 느슨하다"며 "미국에서 15년 이상 수처리 사업 경험이 있는 데다 현지 업체처럼 수시로 가격 인상과 계약 변경을 요구하지 않는 다는 점도 부강테크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기업들의 미국내 공장 건설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많은 기업들이 미국 투자시 현지 폐수처리사업자(시공사) 때문에 고초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 대기업은 수천억원을 들여 미국내 공장을 지었지만 폐수처리 관련 현지 규제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공장 가동이 3년간 지연됐다. 현지 시공사는 환경규제 대응 관련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또 다른 기업은 현지 폐수처리사업 시공사의 잦은 가격 인상 요구에도 불구하고 납기 지연 우려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끌려다니다가 당초 계약보다 비용을 60% 더 지불했다.
최문진 부강테크 대표는 "미국 진출 초기 지하수 정화 사업을 추진하며 시공업체와 분쟁을 경험해 국내 기업들이 겪는 애로를 이해하게 됐다"며 "한국 본사와 미국 자회사간 협업으로 미국 환경규제에 맞는 최적화된 공정과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턴키 수주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회사가 미국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비결은 기존 하수처리장 부지를 대폭 줄여 데이터센터 부지로 쓰고 하수를 냉각수로 활용하게 한 ‘세상에 없던’ 기술을 선보인 영향도 크다. 삼성물산과 함께 사업화를 준비중인 이 기술은 현재 미국내 빅테크 기업과 주정부에서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이 회사의 창업주인 김동우 부강테크 미국법인 대표는 세계 환경 기술에 기여한 공로로 유엔(UN) 경제사회이사회 국제비정부기구인 UN SDGs 협회로부터 '글로벌 지속가능 리더 100'에 선정됐다. 이 회사의 바이오필터를 통한 부지 집약 기술은 글로벌 수처리 전문지 GWI로부터 '하수 1차 처리 분야 세계 10대 수처리 기술'로 선정됐다.
김동우 창업주는 "미국 환경 규제는 어길 경우 제재가 한국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에 많은 국내 기업들이 고민하고 있는 분야"라며 "독보적인 폐수·하수처리 기술과 오랜 노하우로 대기업이 미국에 진출할 경우 폐수처리 분야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설비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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