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수감생활을 한 윤성여(55)씨에게 국가가 18억7000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김경수 부장판사)는 16일 윤씨와 그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윤씨는 정부로부터 18억6911만원을 받게 된다. 윤씨의 형제·자매 3명도 각각 1억원을 받을 수 있다.
재판부는 "경찰의 불법 체포·구금과 가혹행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 과정과 결과의 위법성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 수사의 위법성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배상금액은 위자료 40억원, 일실수입 1억3000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이미 별세한 부친의 상속분이다. 여기에 윤씨가 이미 받은 25억여원의 형사보상금을 제외하고 최종 배상금이 산정됐다.
윤씨는 1988년 9월 경기 화성 태안읍 진안리 자택에서 당시 13세였던 박모양을 성폭한 뒤 살해한 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이듬해 7월 검거됐다. 윤씨는 이후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1심에서 범행을 인정했지만 2~3심에선 "경찰의 강압수사로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씨는 결국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이후 20년형으로 감형받고 만기 몇개월을 앞둔 2009년 8월 가석방됐다.
그런데 2019년 10월 이춘재가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라고 범행을 자백했고, 윤씨는 그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듬해 12월 열린 재심에서 윤씨는 사건 발생 32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윤씨는 재심으로 무죄가 확정돼 지난해 2월 25억1700여만원의 형사보상금을 지급받았다. 이는 무죄가 확정된 피고인에게 구금 일수를 반영해 지급하는 것으로 윤씨가 이번 소송으로 받게 될 배상금과는 다르다.
이날 법정을 찾은 윤씨는 취재진에 "긴 세월을 그곳에 있다 보니 이런 날이 올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현명한 판단을 해주신 사법부에 감사드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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