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실적 시즌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는 ‘어닝 서프라이즈율’이다. 실적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얼마나 상·하회했는지에 따라 주가가 크게 출렁이는 이유다. 하지만 컨센서스가 존재하지 않는 중소형주도 많다. 증권사들의 종목 분석이 대형주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3분기 실적 시즌이 끝난 시점에서 컨센서스가 없는 중소형주의 실적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컨센서스가 없는 종목이 호실적을 발표한 경우 주가가 재평가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증권사 실적 추정치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종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 경우 기업가치가 온전히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기업이 호실적을 발표할 경우 주가는 급등한다. 해당 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다시 계산하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 등으로부터 소외받던 기업에 수급이 몰리면서 주가가 오르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강관 제조업체 휴스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하던 휴스틸은 지난 2분기에 깜짝 실적을 발표한 직후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후 한 달 만에 주가가 두 배 넘게 뛰었다.
실제 가치투자 운용사에선 실적 시즌이 끝난 뒤 증권사 추정치가 없는 종목들을 따로 분석하는 경우가 많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미래 실적에 대한 추정치는 믿을 수 없어 과거 이익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트레일링(Trailing) 지표를 주로 활용한다”며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100개 기업을 꼽은 뒤에 세부적인 분석을 통해 종목을 발굴한다”고 말했다.
태평양물산, 무림페이퍼, 심텍홀딩스, 우신시스템, 화승코퍼레이션, DN오토모티브, 호전실업, 제이스텍 등 저평가 가치주가 다수 포함됐다.
의류업체 태평양물산은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37.7% 급증한 424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순이익을 연환산해 PER을 계산하면 1.0배에 불과하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14일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도 8.61% 상승 마감했다. 이밖에 무림페이퍼, 심텍홀딩스, 우신시스템 등도 연환산 PER이 1~2배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3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매수해선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일회성 이익이 포함됐거나 기업 지배구조가 불투명해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의장은 “사업보고서를 반드시 읽고 기업설명(IR) 담당자와 통화해 해당 기업과 산업의 사이클을 살펴봐야 한다”며 “저평가 가치주는 통상 재평가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장기투자·분산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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