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우의 지식재산 통찰] 경제안보의 핵심은 '특허 데이터'

입력 2022-11-16 18:06   수정 2022-11-17 00:12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미·일 3국은 첨단기술 분야 경제안보 협력을 위해 정상회담을 했다. 반도체 공급망, 데이터, 핵심 광물,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기술력이 국가의 존망을 좌우하는 대내외 환경에서 특허·상표·디자인과 같은 산업재산 데이터의 활용 가치는 매우 커졌다. 지금은 기술패권이 격화하고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어 산업전략·기술안보·외교통상 등 분야로 그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

전 세계 특허출원은 매년 330만 건이 새롭게 생성되며, 약 5억 건의 누적된 데이터가 존재한다. 그 특허 데이터를 분석하면 미래 유망 기술을 발굴하고, 국가 연구개발(R&D) 방향성과 과제를 기획할 수 있다. 그리고 국내 산업과 기업의 위기 신호를 다른 국가보다 선제적으로 감지해 대비할 수 있다. 또한 국가첨단전략기술, 국가핵심기술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핵심 인력 유출을 막을 수 있다.
특허 데이터 분석 통해 기술 발굴

그러나 현행법으로는 이러한 분석·활용에 한계가 있다. 특허제도는 출원 내용을 18개월이 지나면 공개하도록 하는데, 공개 전 정보는 국익과 관련된 관계 국가기관에 제공하는 게 곤란한 실정이다. 이 같은 문제 해결과 특허 데이터 등의 전략적 활용을 위한 ‘산업재산 정보의 관리 및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경제안보 및 R&D 전략 수립과 민간 정보서비스 기업 육성에 산업재산 정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해외 데이터를 입수해 국내 기업이 신기술 개발 및 사업 확장 등에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산업계는 법안 취지에 공감하고 반기는 분위기다.

이 법안은 공개·미공개 산업재산 정보를 국가 안전보장 또는 중대한 국익과 관련된 기술의 유출 방지를 위해 관계 국가기관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산업 지원 목적으로 발명자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미국 일본 등은 국가안보 목적으로 비밀특허 결정 과정에 미공개 출원정보를 관계 기관과 공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이 제정되면 기술 유출 조사, 국가핵심기술 인력 관리 등에 발명자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산업재산법' 입법 서둘러야
데이터는 그 자체보다 다른 데이터와 결합했을 때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낸다. 예를 들면, 반도체 첨단 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관련 일본 기업의 특허출원이 2018년 이전에는 연간 100건 정도였으나, 최신 비공개 영역을 포함하면 2019년부터 200건 대로 급증했다. 5세대(5G) 무선단말기 기술의 경우 특허지표 분석과 산업분석을 결합해 필수전략 기술을 도출하거나, 코로나19 백신 관련 특허 정보를 기업·연구소에 제공해 R&D 전략 수립에 활용할 수 있다. 테슬라가 미국 특허청에 레스토랑 서비스 관련 상표를 출원하면서 ‘T’ 디자인을 레스토랑 로고로 신청한 것을 분석하면, 전기자동차 충전 중에 고객이 식사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예측할 수 있다. ‘산업재산 정보 활용 촉진법안’은 ‘산업재산 데이터’와 ‘타 기관 데이터’를 연계해 다양하게 활용할 길을 열어준다.

특허 데이터는 세상에서 존재하는 기술 정보의 90% 이상이 담겨 있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화된 양질의 정보다. AI와 가장 적합해 분석력을 극대화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추출할 수 있다. 산업재산 정보 활용 촉진법안은 다양한 관점과 통합적 접근을 시스템적으로 가능하게 한다.

한·미·일 첨단기술의 삼각공조와 국가 성장전략 수립을 위해 통합적인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모델을 개발해 추진할 때다. 한국의 미래는 ‘창의성이 가득한 지식 강국’이어야 하며, 그 시작은 창의성이 깃든 지식재산 정보 활용에 있다. 법안 제정을 더 이상 늦추지 말아야 한다.

손승우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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