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올해 주택을 처음 구입한 젊은 사람들의 비중은 전체 구매자의 26%에 불과해 지난해 34%에 비해 크게 감소했습니다. 2010년 생애최초 주택구매자의 비중이 50%를 기록한 점을 고려한다면 심각한 상황입니다. 최초 주택구입자의 나이도 36세로 1년 전 33세에 비해 높아졌습니다. 두 번째 구매자의 나이 또한 56세에서 2022년에는 59세로 높아졌습니다. 두 연령 모두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높은 연령입니다.
높은 주택가격과 줄어든 공급에 더해 급격히 높아진 금리 등 3중고가 원인입니다. 사회활동을 더 적게 한 주택수요자의 경우 현재의 경제환경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반면 주택계약금을 더 오래 저축했거나 부모 세대로부터 부를 이전 받은 경우에는 그나마 가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연령대가 올라가고 재 구매자의 비중 또한 올라가는 겁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LTV(주택담보인정비율)가 확대된 지 세 달이 지났지만 내 집 마련에 나서는 무주택자는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연 이은 금리인상도 문제이지만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는 점도 내 집 마련을 주저하게 만드는 큰 요인입니다. 주택가격이 많이 올랐던 작년 월평균 4.4만명이 생애 첫 주택 마련에 나섰지만 올해에는 2.6만명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9월의 수치는 더 심각합니다. 2만명이 겨우 넘어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4번째로 낮습니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쉽지 않습니다. 생애 최초로 집을 살 때는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OECD 회원국들은 대부분 첫 집을 마련하는데 집값의 최대 95%까지 빌려주는 관대한 대출을 비롯해 다양한 정부의 지원이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연방 차원에서 구입자에게 우대금리는 물론 대출수수료, 대출이자에 대한 소득공제, 심지어 계약금을 일부 지원하기도 합니다. 호주는 신규주택(75만달러 이하)을 구입하면 1만달러를 무상 지원하며, 취득세도 면제해 줍니다. 캐나다는 신규주택(67.5만달러 이하) 구입 시 집값의 5~10%를 인센티브로 돌려줍니다. 영국은 분양가를 대폭(30~50%) 할인해 줍니다.
이렇게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이유는 주택을 구입하게 되면 훨씬 경제적으로 빨리 안정되기 때문입니다. 무주택 가구는 정부의 지원으로 내 집 마련의 사다리에 올라서면 50대 즈음에는 대출금을 다 갚고 온전한 나 자신의 자산기반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최대의 복지가 내 집 마련임은 전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적용되는 자산관리의 원칙입니다. 생애최초로 주택을 구입하게 되면 건강한 주택시장을 만들어 사회경제 전체적으로 다양한 파급효과를 일으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생애최초 주택 구입 지원은 너무 경기 대응적 성격이 강합니다. 외환위기 이후 2001년 건설산업 진작을 위해 처음 시행된 이후 부동산시장의 부침에 따라 4차례나 중단과 혜택을 반복해왔습니다. 윤석열정부 취임 이후 다시 생애최초 특별 공급이 민영아파트까지 확대되고 LTV를 80%로 완화하는 등 민생안정대책이 발표됐습니다.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인해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지원이 다시금 강화되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씁쓸하기도 합니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은 경기여부와 상관없이 지속되어야 하며 건전한 주택정책으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생애최초 주택구입 연령에 대한 정확한 통계도 없고 분양주택에서 얼마나 비중을 차지하는데 대한 정보 또한 없습니다. OECD 회원국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평균 연령은 35세입니다만 국방의 의무로 인해 사회생활을 더 늦게 시작하는 이유로 우리는 더 늦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산하 연구기관인 토지주택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생애주기별 특성을 고려한 세심한 주택공급과 주택금융 관련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연령별 맞춤 주택정책,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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