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이 전부 아니다"…청호나이스 호실적 마케팅 비법

입력 2022-11-17 08:54   수정 2022-11-20 10:55



1993년 설립된 청호나이스는 당시 생소했던 ‘정수기’라는 사업 모델로 회사의 기틀을 다졌다. 코웨이 연구소장을 지낸 정휘동 현 청호나이스 회장이 ‘물 시장’의 미래 성장성을 내다보고 창업한 것이 회사의 시작이다. 청호나이스는 ‘정수기 사업’이라는 정통성을 지키면서도 업황 변화에 따른 소비자 트렌드에 발맞춰 적극적인 체질 변화를 꾀해 종합 생활 렌트 기업으로의 도약에 성공했다.

청호나이스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2020년 매출 4187억원, 영업이익 447억원을 기록했다. 당시 기준 회사 역대 최대 실적이었다. 전염병으로 위생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커졌다는 점을 적극 공략한 점이 주효했다. 청호나이스는 2017년 3846억원의 매출을 올린 뒤 2018년 3751억원으로 하락세를 겪다가 2019년 4007억원으로 반등에 성공했고 이듬해 역대급 매출을 달성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든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지난해엔 매출 4210억원, 영업이익 447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현장에서는 청호나이스의 반등 요인이 코로나19 대응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초소형 가전인 휴대용 공기청정기를 출시했고, 반려동물 시장을 겨냥한 펫 공기청정기도 내놨다. 식기세척기와 비데, 연수기, 제습기, 화장품 등을 상품군에 추가하면서 다변화 전략을 구사한 것이 제대로 통했다는 평가다.

상황 1 정수기 한 우물만 파던 청호나이스
도전 1 제품 다변화 전략 성공
청호나이스의 성장세를 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는 부문이 제품 다변화 전략이다. 기존 '렌털'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일시불 제품'에도 초점을 맞췄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청호나이스는 20여종의 신제품을 출시했다. '청호 휴대용 포터블 정수기', '청호 미니 제습공기청정기 콤팩트', '휘클린나이스2 비데'가 대표적이다. MZ세대와 1인 가구 맞춤형 제품 및 서비스도 선보이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청호나이스는 유통채널 다변화에도 힘썼다. 인력 중심의 방문 판매뿐만 아니라 온라인, 홈쇼핑 등 신규 채널을 적극 발굴했다. 신규 채널에 맞는 특화 모델도 확대했다. 기존 100만원 이상의 고급형 역삼투압에 주력하던 청호나이스의 기조와 달리 30만원대의 저렴한 직수 정수기 출시로 판매를 끌어올린 점도 마케팅 성공 사례다.

제품 다변화 전략은 실적 개선 효과로 바로 이어졌다. 하락세였던 청호나이스의 실적은 2019년부터 2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렌털 업계의 성적표로 평가받는 계정 수에서도 청호나이스는 지난해 168만까지 그 숫자를 키웠다. 이는 전년 160만 대비 5% 이상 증가한 수치다. 정수기와 비데 판매량은 전년 대비 각각 19%, 3% 증가했다.

상황 2 인지도에 비해 부족한 친근감
도전 2 임영웅 마케팅으로 국민 브랜드 등극
업계 안팎에서는 청호나이스의 대중적인 인지도 확대를 이끈 일등공신으로 가수 임영웅을 꼽는다. 청호나이스는 2020년 4월 임영웅을 모델로 기용했다. 당시 그는 TV조선 예능프로그램 ‘미스터트롯’에서 진(眞)으로 우승하면서 중·장년 여성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청호나이스는 “생활가전제품의 주요 구매 층이 중·장년 여성들이었기 때문에 임영웅을 모델로 발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청호나이스의 예상은 적중했다. 지난해 정수기 매출은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청호 에스프레카페’ 매출은 20% 이상 뛰었고 올 1~4월 기준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70% 이상 폭증했다.

청호나이스 공식 유튜브 채널의 임영웅 광고 영상 콘텐츠는 누적 조회 수 3000만뷰를 돌파했다.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1000만뷰는 영화 1000만 관객에 비견될 정도로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로 여겨진다. 현재 해당 채널에는 △얼음나오는 커피머신 에스프레카페 △언택트 얼음정수기 △얼음정수기 세니타 △공기청정기 뉴히어로 △휴대용 공기청정기 올웨이즈 등 총 23개의 영상이 업로드돼 온라인 소비자를 지속적으로 유입시키고 있다.

청호나이스는 올해에도 이 같은 효과를 노리고자 지난 5월 임영웅과 재계약을 체결했다. 3년 연속 청호나이스의 전속 모델로 활동하게 된 임영웅은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가수 브랜드평판 2022년 6월 빅데이터 분석 자료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올 상반기 임영웅이 모델로 등장한 에스프레카페 TV광고 온에어 효과로, 해당 제품 판매 실적이 전년 동기간(1~5월)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며 “앞으로도 생활가전제품 주요 구매층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임영웅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황 3 극심한 경쟁 내몰린 국내 렌털 시장
도전 3 중국, 동남아, 미국 등 해외 시장 진출
청호나이스는 해외 사업도 본격화한다. 현재 중국, 미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에서 해외 사업을 펼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청호나이스가 한국 업체 ‘원톱’으로 불릴 정도로 압도적인 영향력을 보이는 중이다.

청호나이스는 2006년 중국 최대 가전업체 메이디그룹과 손잡고 합자법인 ‘불산시미디아청호정수설비제조유한공사’를 설립했다. 2020년 중국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1767억원, 65억원으로 집계됐다. 청호나이스는 작년 기준 합자법인의 지분 40%를 보유했고, 지분법에 따라 26억원의 순이익을 확보했다. 중국 회사와 합자회사를 세워 기술 로열티를 15년 가까이 받은 회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에서는 ‘얼음’을 중심으로 영향력 확대에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2004년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청호나이스는 미국 최대 정수기업체 컬리건(Culligan)과 협업해 물꼬를 텄다. 청호나이스는 컬리건에 제조자개발생산(ODM)방식으로 정수가 가능한 제빙기를 공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 시장의 지난해 전체 수출액을 상반기에 조기 달성했다.

렌털업체 공통 격전지로 꼽히는 말레이시아에서는 시장 적응 기간을 거치고 있고 베트남에서는 적자폭을 줄이는 중이다. 청호나이스는 제조법인까지 구축하는 등 2개 법인을 운영하며 베트남 시장을 주요 공략 거점으로 삼았다. 2019년 두 법인의 손순실은 5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는 흑자전환에 따라 두 법인 합산 흑자액 3억원를 기록했다. 장기적인 시장 공략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제품 다변화와 스타 마케팅을 통한 이미지 제고, 해외 시장 진출 등의 전략은 마케팅에 있어 기본으로 여겨진다. 청호나이스는 이 세 가지에 더해 추가 전략을 내세웠다. 지난 6월 업계 최초로 출시한 언택트 정수기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준비하는 청호나이스의 비밀병기로 거론된다. 전염병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았고 다중 이용 시설에서 정수기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갈수록 늘어난 만큼 높아진 노터치 방식의 언택트 정수기로 경쟁사들과 격차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신규 소비자 유치보다 더 어려운 것으로 평가받는 기존 소비자를 지키기 위해 청호나이스는 △90% 소비자 재유입 △신규 매출 50% 확대 △지금보다 2배 성장이라는 ‘952’ 전략을 수립했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952 마케팅’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잠재 소비자인 MZ세대를 공략하는 게 중요하다”며 “젊은 브랜드 이미지를 제공하기 위해 인플루언서, 문화콘서트, 업사이클링 캠페인 등의 마케팅 활동을 앞으로 더 활발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마케팅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Need-Solution-Delivery”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마케팅이란 (1)고객이 원하는 것을 잘 찾아내(Need identification), (2)이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솔루션을 개발하고(Solution development), (3)이를 소비자에게 잘 전달(Delivery)하는 것이다.

첫 번째 단계인 고객 니즈는 (1)고객이 이미 표현한 니즈와 (2)고객이 아직 표현하지 않은 니즈로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장에는 이미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파악 가능한 니즈도 있지만, 아직 고객조차 표현하지 못한 “미충족 욕구(unmet needs)”도 있다. 마케터가 시장의 미충족 욕구를 효과적으로 찾아냈을 때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두 번째 단계인 솔루션 개발은 제품, 서비스를 포함한 모든 해결 방안을 의미한다. 때로는 간단한 A/S를 추가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고, 때로는 혁신적인 신제품을 개발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제품 중심(product concept)” 사고에서 벗어나 “고객 문제 해결(solution development)”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마지막 전달은 (1)제품의 물리적 전달과 (2)메시지의 전달을 모두 포함한다. 제품의 물리적 전달과 관련한 것이 바로 유통 전략이고, 메시지의 전달이 바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청호나이스는 이 모든 과정에서 최근 적극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물, 일상 생활과 관련된 고객의 새로운 미충족 욕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수기 외에도 휴대용 공기청정기, 펫 공기청정기, 식기세척기, 비데, 연수기, 제습기, 화장품 등 다양한 솔루션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특히 MZ세대와 1인 가구의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 휴대용 포터블 정수기, 미니 제습공기청정기 콤팩트 등을 출시한 점이 인상적이다.

이를 소비자에게 Delivery하는 과정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먼저 물리적 전달 관점에서 기존의 방문 판매뿐만 아니라 온라인, 홈쇼핑 등 신규 채널을 적극 발굴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임영웅이라는 스타를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균형 이론(Balance Theory)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평소 신념과 태도가 조화를 이룰 때 마음의 편안함, 즉 심리적 균형 상태에 도달한다.

만약 불균형한 상태에 빠지면 본능적으로 편안한 상태로 가고 싶어하는데, 이 과정에서 특정 제품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으로 형성되기도 하고, 혹은 부정적인 제품 태도가 긍정적으로 개선되기도 한다.

청호나이스의 경우 타깃 고객군이 특별히 좋아하는 임영웅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였다. 소비자들은 ‘내가 좋아하는 모델’이 ‘내가 좋아하는 제품’에 광고 모델로 출연하는 것을 심리적으로 편안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임영웅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청호나이스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마케팅은 언제나 고객의 니즈에서 출발하여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전달하는 방법에 집중해야 한다.<hr >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스타(celebrity)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그 사람이 자신의 영역에서 이룬 업적이나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진 그의 이미지를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에 전이시키려는 것이 스타마케팅이다. 스타의 업적과 이미지가 ‘보증효과’를 발휘해 소비자가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스타가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는 설득자의 역할을 맡는다.

스타의 보증효과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원천신뢰성’과 ‘조화가설’이 있다. 원천신뢰성은 설득자(정보의 원천)가 가진 신뢰성이 보증효과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 소비자들이 ‘저렇게 유명한 사람(스타)이 추천하는 것이니 믿을만하지 않겠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원천신뢰성 이론에서는 신뢰성과 함께 스타의 매력성과 전문성이 높을수록 보증효과가 크다고 설명한다.

스타를 활용한 마케팅이 모두 효과적이지는 않다. 광고모델인 스타가 광고대상인 상품이나 서비스에 부합해야(다시 말해, 스타와 상품이나 서비스가 조화를 이뤄야) 보증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조화가설이다.

편의점 도시락의 스타마케팅 효과를 분석한 한 연구에서는 GS25가 배우 김혜자를 편의점 도시락 광고모델로 활용한 사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배우 김혜자가 오랜 연기 생활을 통해 쌓아온 ‘한국의 어머니’와 따뜻한 모성의 의미지가 원천신뢰성을 키워 보증효과를 만들어냈다.

조화가설 측면에서는 패스트푸드 이미지의 편의점 도시락과 모성 이미지가 잘 맞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광고모델에 의해 패스트푸드 이미지가 희석되고 편의점 도시락이 ‘집밥’에 가까운 이미지로 재구성됐다고 이 연구는 분석했다.

청호나이스는 가수 임영웅으로 스타마케팅을 시도해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런 성과는 가수 임영웅의 원천신뢰성이 보증효과를 잘 만들어냈고, 청호나이스의 제품들과 가수 임영웅의 이미지가 조화를 이뤘다는 방증이다.

청호나이스가 보인 성과가 스타마케팅만의 성과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마케팅을 활용하는 기업들은 스타마케팅의 성과를 키워가기 위해 스타의 원천신뢰성을 세심하게 살피고,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와의 조화가 잘 이뤄지도록 관리해야 한다. 시장에서 ‘신뢰’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단어이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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