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예일대 로스쿨은 성명서를 내며 ‘US뉴스 앤드 월드리포트’가 매년 발표하는 미국 대학 순위 평가를 보이콧했다. US뉴스는 미국 전역 192개 로스쿨을 대상으로 30여년 동안 순위를 매겨왔다. 일부 대학에선 이 순위를 두고 학장의 성과를 측정하기도 했다. 예일대 로스쿨은 1990년부터 줄곧 1위를 지켜왔다.
히더 거킨 예일대 로스쿨학장은 “US뉴스의 순위에는 심각한 결함이 있다”며 “이런 평가방식으로는 법조계 발전을 도모하지 못하는 데다 오히려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예일대는 평가 기준에 공공선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예일대 성명서에 따르면 US뉴스는 ‘프로보노(Pro bono)’ 등 공익 변호사를 맡은 졸업생들을 실업자로 분류했다. 또 변호 봉사를 통한 학자금 대출 탕감 프로그램도 감점 요인 중 하나다. 공공성 여부와 상관없이 ‘빚더미를 떠안고 취업 안되는 대학’으로 규정되는 셈이다.
입학생 기준도 불합리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저소득층 학생이 아닌 로스쿨 입학에 필요한 LSAT 점수가 높은 우수 학생에게 장학금을 줘야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졸업생이 월급이 적은 공공분야에서 봉사하는 것보다 보수가 높은 민간 기업에 취직해야 로스쿨이 가산점을 받게 되는 시스템이라는 설명이다.
하버드대 로스쿨도 보이콧 대열에 참여했다. 존 매닝 하버드대 로스쿨학장은 “몇 달 동안 숙고한 끝에 순위 평가에서 빠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거부 이유는 예일대와 비슷했다. 매닝 학장은 “우리의 원칙과 US뉴스의 평가방식이 조응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하버드대는 지난해 4위를 차지했다.
순위 시스템에 대한 비판은 꾸준하게 제기됐다. 올해 초 컬럼비아대의 한 교수가 US뉴스에 제출한 강의와 교수 관련 일부 통계가 부정확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컬럼비아대 순위는 2위에서 지난해 18위로 급락했다.
최초 의혹을 제기한 컬럼비아대 교수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US뉴스의 대학 평가가 조잡하고 의미도 없다는 것”이라며 “한 대학이 1년 만에 2위에서 18위로 떨어졌다면, 이는 전체 순위 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명문 로스쿨을 중심으로 US뉴스의 순위평가를 거부하는 학교가 늘어날 전망이다. UCLA 로스쿨학장인 러셀 코로브킨은 “다른 학교들이 예일과 하버드를 따른다면 US뉴스의 순위표는 곧 무너질 것”이라며 “다만 전국적인 인지도가 없는 로스쿨은 빠져나갈 여력이 없다. 경쟁이 치열해 학교 이름 한번 알리기 어려운 게 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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