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분기(7~9월) 세계 D램 매출이 29%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도체 업황 한파에 세계 3위 D램 업체 미국 마이크론은 '20% 추가 감산'을 선언했다. 업계에선 D램 재고 조정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17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세계 D램 시장 매출은 181억8700만달러를 기록했다. 2분기 255억9400만달러 대비 28.9% 급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D램 분기 매출이 29% 가까이 감소한 건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매출 감소 폭이 컸다. 삼성전자 3분기 매출은 74억달러로 전 분기 대비 33.5% 줄었다. 점유율도 2분기(43.5%) 대비 2.8%포인트 내려온 40.7%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 매출(52억4200만달러)은 25.2%, 마이크론은 23.3% 적어졌다.
스마트폰, PC 등 소비자 가전과 기업용 서버 시장이 동시에 움츠러들면서 D램 수요가 축소된 영향이다. 지난달 PC용 D램 가격이 22.5% 급락할 정도로 수요보단 재고와 공급량이 많은 상황이다.
트렌드포스는 "올해부터 시작된 D램 재고조정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며 "수익성에 대한 부담은 점점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 3위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적극적인 감산 행보를 보인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줄이고 설비투자도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용 웨이퍼(반도체 원판) 공급량을 직전 분기보다 20% 줄이고, 설비투자도 추가로 축소할 계획이다.
내년 공급량과 관련해서도 '보수적인 전략'을 공개했다. D램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공급량)는 올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낸드플래시도 한 자릿수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정보기술(IT)산업 환경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수요에 맞춰 (공급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웨드부시증권의 애널리스트인 매트 브라이슨은 "공급과 설비투자 축소의 광범위한 확산은 통상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바닥을 치는 신호로 해석되지만, 이번에는 수요축소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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