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샤일록이 혀를 차고 갈 나라가 한국이다. 금융감독원의 ‘2021년 불법 사금융피해 신고센터 실적’ 자료를 보면 연간 수천%에 달하는 고금리 이자 덫을 놓고 금융 취약계층의 피를 빠는 악덕 고리업자가 적지 않다. 이런 식이다. 30만원을 소액대출 해주는데 매일 복리(複利) 이자를 받고, 여기에 갚지 못한 이자를 원금에 포함시켜 다시 빌려주는 꺾기(재대출)까지 한다. 한 번 밀린 빚은 1년도 안 돼 수천만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결국 빚을 못 갚고 유흥업소로 팔려가거나, 미리 쓴 신체포기각서대로 일부 장기를 떼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피해 사례가 지난해까지 4년간 56% 늘었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경제난도 있지만, 금리 규제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법정최고금리는 2002년 연 66%에서 지난해 연 20%로 떨어졌다. 그 추세에 맞춰 대출 난민들이 대부업체 등 3금융권에서 쫓겨나 불법 사금융으로 몰렸다. 대부업체들이 손님을 안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연 10%를 넘는 조달 금리와 중개 플랫폼 수수료(2~3%), 대손 비용(8~10%) 등을 감안했을 때 연 20% 대출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4년 만에 대부업체 수와 취급액이 각각 32%, 13% 줄어든 이유다. 업계와 학계는 △법정최고금리 인상(연 20%→최소 연 26.7%) △대부업체 자금 조달 지원 △단기소액대출 금리 규제 예외 적용 등이 시급하다고 건의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만 거꾸로다. 서민들 이자 부담을 줄여준다며 법정 금리상한을 연 13~15%로 내리는 법안을 7개나 내놓았다.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명분만 아름답게 내세운 법들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는 이미 임대차 3법, 종부세법 등으로 지겹게 확인한 터다.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