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양향자 무소속 의원(사진)을 만난 윤석열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던 양 의원은 반도체 인프라 투자 예산 1000억원이 기획재정부 심사 과정에서 삭감됐다며 예산을 되살려야 한다고 건의했다. 윤 대통령은 삭감 사실에 화를 냈고, 최상목 경제수석이 “관련 내용을 잘 챙겨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재부에 ‘첨단전략산업 산업기반 시설 지원’ 예산 1000억원을 요청했다. 깎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깎아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만 추린 예산이었다. 대규모 신·증설이 이뤄지고 있는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의 전력·용수 구축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예산 편성의 목적이다. 한국에서는 공장을 지을 때 해당 기업이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까지 책임져야 한다.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미국 및 중국 등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기재부는 관련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도체 기업들이 이미 개별적으로 계획을 수립해 사업에 돌입한 만큼 국비 지원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대기업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반영됐다.
양 의원은 9월 윤 대통령에게 해당 문제를 강력히 제기한 데 이어 기재부와 야당 의원들도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결국 국회에서 해당 예산안이 되살아났다. 국회 산자위는 지난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산업부, 중소벤처기업부, 특허청에 대한 내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의결했다. 눈에 띄는 것은 반도체 설비 투자 인프라를 지원하는 ‘첨단전략산업 산업기반 시설 지원’ 예산 1000억원이다.
해당 예산은 국회 예결위를 거쳐 내년 예산 반영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양 의원은 “최종 편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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