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기준 '1주'→'최장 1년'…더 일한 시간 모아 '안식월' 쓴다

입력 2022-11-17 18:21   수정 2022-11-25 19:15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17일 공개한 근로시간제 개편안은 노동시간 관리 단위를 확대해 비효율적 노동시간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현행 주 52시간 근로제에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5위를 기록 중인 ‘장시간 근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연장근로 모아 ‘안식월’
연구회는 현행 주 52시간제의 관리 단위를 1주에서 짧게는 1개월, 길게는 1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상황에 따라선 1개월, 3개월(분기), 6개월(반기), 1년 단위로 주 52시간제를 적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돼도 주 52시간제 원칙이 깨지는 건 아니다. 업종별·사업장별로 특성에 맞게 주 52시간제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예컨대 게임 개발회사는 개발자들이 특정 기간에 일을 몰아서 하고 나중에 몰아서 쉬는 게 가능해진다. 연구회는 근로일과 근로일 사이에 최소 11시간 휴식을 의무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초장시간 근무를 막을 방침이다.

연장·야간·휴일근로를 하면 이를 모아뒀다가 수당 대신 나중에 휴가를 갈 수 있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도 검토되고 있다. 현재 1시간 연장근로 시 2시간 유급휴가를 주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제도상 1시간 연장근로에 1.5시간분의 수당을 주지만, 수당 대신 휴가로 사용하면 0.5시간분 인센티브를 더해 2시간 휴가를 주겠다는 것이다. 연구회 관계자는 “계좌제로 적립하는 휴가시간의 캡(상한)은 250시간 정도로 정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최대 한 달까지 휴가를 쓰는 안식월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연구회는 근로기준법에 존재하지 않는 ‘반차’ 개념 대신 시간 단위 휴가 제도도 마련할 계획이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주당 평균 52시간 이내 근무를 전제로 근로자가 최대 3개월 기간 내에서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제도다. 사업장에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기 위해 합의해야 하는 주체를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동의 주체가 ‘개별 근로자’가 아니라 ‘근로자 대표’로 돼 있어 도입률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서다.
○고소득 전문직은 주 52시간제 제외
변호사 변리사 등 고소득 전문직은 근로시간 규정 적용을 면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고소득 전문직은 임금이 근로시간 단위로 지급되지 않고 근로시간에 대한 재량이 폭넓게 인정되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미국은 연봉 10만달러(약 1억3400만원) 이상 근로자에게 초과근로수당을 주지 않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시행 중이고, 일본도 미국을 본떠 2019년 ‘고도(高度) 프로페셔널 제도’를 도입했다. 연봉 1075만엔(약 1억320만원) 초과 전문직 근로자는 휴일 및 근로시간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국내 적용 기준과 관련,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준과 적용 업종은 논의 중이며,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설정될 것”이라고 했다.
○노동계·야당 반대 변수
연구회 소속인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70년의 세월이 지난 현재 우리 사회는 노동시장 대변혁에 직면해 있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동시장 규율 체계의 구조적 변화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8년 3월 주 52시간제의 주당 총근로시간 규제가 다양한 시장 상황과 노동 과정의 특성을 고려한 체계적 준비 없이 도입됐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기업이 원하면 장시간 압축 노동을 가능토록 하겠다는 의미”라며 “연차휴가도 제대로 소진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이번 대책은) 보완책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기업 편향적 연구 결과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했다.

근로시간 관련 규정은 대부분 근로기준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야당의 동의도 변수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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