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가치 급락)하면서 달러 선도·선물 등 외화 파생상품 거래로 대규모 손실을 본 상장사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까지 21개 상장사가 외화 파생상품 거래 손실 발생을 공시했다. 작년 같은 기간(2개사) 대비 열 배 수준으로 급증한 수치다.
이들 21개 상장사는 3분기까지 외화 파생상품 거래로 확정된 손실이 모두 3528억원에 달했다. 평가손실은 2040억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확정손실이 143억원, 평가손실이 169억원이었다. 21개사 중 15곳은 시가총액 5000억원 이하 중소형 상장사다.
상장사는 자기자본의 10% 이상(대기업 5% 이상) 파생상품 손실이 발생했을 때만 공시한다. 손실을 봤지만 자기자본이 커 공시하지 않은 대기업을 포함하면 외화 파생상품 손실은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손실이 급증한 것은 원화 약세 때문이다. 수출 기업들은 환율 변화에 따른 실적 변동을 줄이기 위해 달러당 1100원대 후반~1200원대 초반에 달러 선도·선물 매도 계약을 집중적으로 맺었는데 3분기 말 환율이 1430원까지 치솟아 손실을 봤다고 설명했다. 일부 기업은 원화 약세로 달러 매출채권에서 환차익을 봤지만 파생상품 관련 손실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외화 파생상품 손실 규모가 가장 큰 회사는 반도체 장비업체 에스에프에이로, 3분기까지 690억원의 확정 손실을 냈다. LS일렉트릭(660억원), 동아엘텍(342억원), 선익시스템(29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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