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면서 미국에서는 원격근무 축소·폐지 등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재촉하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오히려 기업들이 근로자들에게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위기에 처한 유럽에서는 사무실의 전기료와 난방비 등 에너지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고용주들이 나서서 재택근무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6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세페 살라 이탈리아 밀라노 시장이 그간 공무원들을 사무실로 복귀시키려 했지만, 치솟는 에너지 요금을 줄이기 위해 재택근무를 요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살라 시장은 밀라노시 공무원 2000명을 대상으로 매주 금요일을 의무 원격근무일로 지정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다. 우리 모두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고 말했다.
WSJ는 또 유럽의 몇몇 사무실 건물은 에너지 요금을 아끼기 위해 일주일에 하루 또는 그 이상 문을 닫는다고 전했다.
스페인에서는 공무원들이 많게는 일주일에 3일까지 재택근무를 해야 하고, 이탈리아 최대 통신사인 텔레콤 이탈리아(TIM)는 대부분의 근로자가 의무적으로 매주 금요일에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협상을 노조와 진행 중이다.
문제는 근로자들도 같은 이유로 재택근무를 반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조는 에너지 요금 상승 부담을 근로자에게 떠넘기는 것이 부당하다며 재택근무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했다.
이탈리아 최대 노조인 노동총연맹(CGIL)의 플로린도 올리베로 위원장은 "재택근무하는 사람들은 실제로는 고용주가 부담해야 하는 에너지 요금을 떠안고 있다"면서 "고용주들이 편리할 대로 재택근무를 이용하는 것은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일부 회사는 재택근무를 하는 근로자들에게 금전적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에어프랑스는 재택근무 1일당 추가 4유로(약 5550원)씩을 더 주면서 근로자 약 1만1000명이 일주일에 3일까지 재택근무를 하는 팬데믹 시절의 근무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의 공공부문 근로자들 역시 재택근무 1일당 2.5유로(약 3470원)씩을 더 받는다.
영국에서는 이번 겨우내 재택근무를 하는 근로자들에게 한 달에 50~130파운드(7만9000~20만6000원)를 더 줄 것으로 추산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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