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FTX 부실회계…회삿돈으로 직원 명의 집 샀다

입력 2022-11-17 23:48   수정 2022-12-17 00:01


거래량 기준 세계 3위 규모 가상화폐 거래소였다가 최근 파산을 신청한 FTX에서 부실회계가 드러났다. 기업 자금을 유용해 특정 직원 명의의 주택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현지시간)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파산 절차를 위해 새로 선임된 존 레이 3세 FTX 최고경영자(CEO)는 파산 선언문을 통해 "FTX의 자금 일부가 직원과 고위직의 이름으로 바하마 지역의 주택과 직원 개인 물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됐다"고 밝혔다. 레이 CEO는 "이는 지출 회계가 기업에 적합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 선언문에서 레이 CEO는 "FTX의 대차대조표에 대한 확신이 없다"며 "(전직 경영진의) 재무 통제력이 완전히 부족했다"고 비난했다. "이 채무자들에게 별도 회계부서가 없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FTX는 지난 11일 유동성 위기로 인해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상태다.

레이 CEO의 비난은 계속 이어졌다. 그는 "FTX는 내 40년 이상의 업무 경력에서 본 최악의 기업 실패 사례"라며 "내 경력에서 여기에서 발생한 것처럼 기업 통제가 완전히 실패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재무 정보가 아예 부재한 상황은 본 적이 없다"고 일갈했다.

FTX 붕괴 여파는 가상화폐 업계 전반으로 번져가고 있다.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암호화폐 대출업체인 제네시스트레이딩은 유동성을 넘어선 과다한 인출 요청을 이유로 신규 대출 및 환매 업무를 중단했다. 제네시스트레이딩은 지난주 기준 약 1억7000만달러 규모 자금이 FTX에 묶여있는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또 다른 암호화폐 대출업체인 블록파이도 파산 신청을 준비 중이다. CNBC는 FTX 측이 지난 15일 법원에 제출한 문서를 토대로 FTX에 돈이 묶인 채권자의 수가 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포츠업계도 불똥이 떨어졌다. 1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인 야구선수인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소속), 테니스 선수인 오사카 나오미, 농구 선수인 스테판 커리(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 소속), 미식축구 쿼터백 선수인 톰 브래디(템파베이 버커니어스 소속) 등이 최근 플로리다 연방지방법원에서 고소당했다.

이들 선수들이 FTX의 브랜드를 홍보하면서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게 원고 측의 주장이다. FTX는 2019년 미국 프로농구 경기장의 명명권을 획득하고 유명 스포츠선수들과 스폰서십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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