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사진)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8시간여만에 끝났다. 정 실장 측은 영장심사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혐의를 입증할 만한 객관적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18일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후 정 실장 측 변호인단과 김의겸?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객관적 증거 없이 허위 진술만을 근거로 죄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정 실장 측은 영장심사에서 유 전 본부장 진술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일관성, 진술 변경에 따른 이익 수혜자 등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고 한다.
이건태 변호사는 “지난 15일 검찰 조사때 유동규와 대질신문을 신청했고 변호인은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검찰은 그 다음날 곧장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송사는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하는데 검찰이 이미 방향을 정해놓고 통과의례로 피의자 신문조서를 받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실장 측은 유 전 본부장이 정 실장에게 돈을 건넬 당시, 엘리베이터에는 CCTV가 있다고 생각해 계단으로 5층까지 올라갔다는 유 전 본부장의 발언을 반박했다. 조상호 변호사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일할 때 성남시장실과 비서실에 CCTV가 설치돼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그렇게 조심스러운 사람이 한 가운데 떡하니 있는 CCTV를 확인하지 못했겠나”고 말했다.
정 실장 측은 유 전 본부장이 석방되고,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의 구속이 유지된 상황 등을 검토해 보면 유 전 본부장의 변경된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했다. 다만 구체적 혐의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정 실장 측은 천화동인 1호의 배당금인 700억원(세후 428억원)을 나눠 갖기로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검찰은 기본적으로 유동규 진술에 근거하고 있다”며 “아직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이라 이자리에서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이 '정치 탄압'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 1부 3부에 이어 2부까지 동원해 민주당 의원에 대해 아주 이례적으로 수사하고 있다"며 "헌법에서 보호하고 있는 피의자 인권을 무시하고 피의사실을 노골적으로 공표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김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후 2시부터 정 실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10시 10분까지 이어지면서 8시간 10분만에 끝났다. 역대 최장 시간 진행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8시간 40분 심문에 맞먹는 수준이다. 정 실장은 심문을 마치고 나오면서 "어떤 탄압 속에서도 역사와 민주주의는 발전할 것이다. 우리 국민은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약 3시간 동안 혐의 입증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뇌물 전달 경위 등에 대한 유 전 본부장, 남욱 변호사 등의 진술을 바탕으로 정 실장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그간 공개되지 않은 여러 물증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 측도 100여쪽 분량의 반박 의견서와 파워포인트를 활용해 방어에 나섰다고 한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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