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00억 투자했는데…정부, 사상 최초 주파수 회수 "5G 28Ghz 쓰지마"

입력 2022-11-18 16:20   수정 2022-11-18 19:45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8년 이동통신 3사에게 나눠 준 5세대(5G) 통신용 28기가헤르츠 주파수를 일부 회수하겠다고 통지했다. SK텔레콤은 이용기간을 단축했고, KT와 LG유플러스는 내년 6월부터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고 고지했다. 당초 약속했던 만큼 통신망을 깔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정부가 통신사에 나눠준 주파수를 법적으로 회수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각 사에서는 해당 주파수를 활용한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아직 없어 더딘 상황을 정부가 잘 알면서도 일방적으로 회수 처분 등을 한 데 대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18일 발표한 '5G 주파수 할당조건 이행 점검 결과'에 따르면 정부는 통신 3사에 28Ghz를 종전처럼 사용할 수 없다는 처분 내용을 이날 사전 통지했다. 2018년 5월 주파수 할당 당시 정부가 요구했던 각 사당 28Ghz 장치 1만5000개 설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때 3.5Ghz 주파수도 나눠줬는데, 이 주파수는 요구량 대비 300% 이상의 설치율을 기록했으나 28Ghz의 설치율은 10.6~12.5%(1586~1868대)에 그쳤다.

각 주파수별 이행 실적을 100점 만점으로 계산한 결과 SK텔레콤은 28Ghz 부문에서 30.5점을 받아 6개월 이용기간 단축 처분을 받았고, LG텔레콤은 28.9점, KT는 27.3점을 받아 각각 해당 주파수 회수 대상이 됐다. 정부는 오는 12월 통신 3사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쳐 처분을 확정하기로 했다. 내년 5월말까지 1만5000대 장비를 다 설치하지 않으면 SK텔레콤 주파수도 회수 대상이 된다.

28Ghz는 직진성이 강한 고주파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대단히 빠르기 때문에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메타버스 관련 서비스를 하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직진성이 강해서 신호가 쉽게 가로막히는 만큼 빌딩과 산 등이 많은 한국 지형에서 투자 부담이 크다.

이 주파수가 3년간 홀대받은 이유에 대해 정부와 업계의 입장은 완전히 엇갈린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전 세계적으로 28Ghz 칩셋이 들어 있는 스마트폰이 50종 이상인데 한국에서는 부담을 크게 줄여준 최소수량조차 구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도 연합뉴스에 "이동통신 3사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강경한 메시지를 냈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1만5000대 장치를 설치하려면 7500개 기지국으로 충분하고, 지난 3년간 그 정도의 비용도 투자 의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한국은 주요 지역에 이미 더 품질이 우수한 와이파이 기반 핫스팟이 이미 설치돼 있어서 추가적인 28Ghz 설치 수요가 크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개인 사용자에게는 수요가 없고, 기업 사용자에게 수요를 찾고 있었지만 설치해달라는 곳이 없어서 설치를 못했다는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어서 고육지책으로 서울 지하철(2~8호선) 와이파이 설치 등 실증사업 위주로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미 회사별로 2070억원씩 주파수 이용 대금도 냈지만, 모두 회계적으로 '손상차손' 처리한 상황"이라며 "회수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내부 판단"이라고 전했다.

초유의 '주파수 회수' 사태를 통해 정부는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구도를 조성하겠다는 속내도 밝혔다. 박 차관은 "청문을 거쳐 통보 내용이 확정되면 취소된 2개 대역에 대한 신규 사업자 진입을 촉진할 것"이라고 했다. 홍 실장은 "특화된 형태의 제4 이동통신 사업자를 찾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국에 기간망을 깔기 위해서는 수조원 투자가 필요한 만큼 신규 사업자가 없을 수 있지만, 28Ghz 망은 그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지 않다"며 "나서는 사업자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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