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인공지능(AI) 전문 자회사인 '신한AI'는 현재 ETF 지수산출기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자체적으로 10개 안팎의 인덱스를 만들어서 검증해 보는 중입니다. 이 가운데 상품화할 지수가 있을지 여러 증권·운용사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신한AI 관계자는 "규정상 지수사업을 할 수 있는 역량은 모두 갖춘 상태이고 파트너사의 수요에 맞춰서 지수를 개발할지, 이미 만든 인덱스를 활용할지는 검토 중"이라며 "우리가 산출한 지수를 추종하는 ETF와 ETN 상품을 내놓는 게 일차적 목표이고, 궁극에는 개인 맞춤형 투자솔루션인 '다이렉트 인덱싱'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한AI가 예정대로 내년에 지수를 상품화하게 된다면 ETF 지수를 산출하는 두 번째 핀테크사가 됩니다. 앞서 지난 6월 말 AI 전문기업 딥서치가 단독지수를 기반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상품을 승인받으면서 첫 사례를 만든 바 있습니다. 당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딥서치가 개발한 'DeepSearch 원자력 테마 지수'를 추종하는 'KINDEX원자력테마딥서치' ETF를 출시했습니다.
ETF 지수산출기관은 어떤 곳이길래 인공지능 기술 기업들이 발을 들이는 것일까요? ETF 지수산출기관은 이름 그대로 기초지수를 산출하는 사업자입니다. 보통 자산운용사로부터 특정 지수산출을 요청 받으면, 여러 점검을 거쳐서 기준을 충족하는 지수를 만들어내는 식이지요. 각 ETF 종목이 어떤 지수를 추종하고, 그 지수를 어디서 산출했는지는 운용사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ETF 지수산출기관은 금융당국에 등록해야 하는 이른바 '라이선스업'은 아닙니다. 다만 투자자 안전을 위해 한국거래소는 최소한의 요건을 두고 있습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 별표 2의3을 보면 △이해상충 방지 등 내부통제기준 수립 △지수 산출기준의 객관성·투명성 △지수 산출·공표의 적정성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ETF 지수산출시장엔 기관(기업) 34곳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업자들의 점유율(순자산가치총액 기준)을 살펴보면 이 가운데 한국거래소(36.8%)와 에프앤가이드(12.7%) 등 두 곳이 이미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뒤로는 해외기관을 제외하면 KIS채권평가(4.4%), 한국자산평가(2.1%), NH투자증권(2.1%), 한국경제신문(0.3%), 예탁결제원(0.2%), 딥서치(0.2%)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과 예탁결제원, 딥서치 등 전부 작년 이맘때는 없었던 신규 사업자들입니다. 새 플레이어가 늘면서 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의 점유율은 1년 사이 59.2%에서 49.5%로 무려 10%포인트 가까이 줄었습니다.
사업자들이 다각화됐단 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운용·증권사들이 거래소·에프앤가이드를 넘어 다양한 지수사와 손잡고 있단 얘기가 되는데요. 금융투자사들은 왜 검증된 전통 사업자들을 두고 색다른 지수사와 협력하는 걸까요?
시장 트렌드를 더 잘 반영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입니다. 흔히 기존의 지수산출사들은 '긱스' 등으로 불리는 전통산업 분류를 따르는데, 핀테크사 등은 자사 기술력 등 강점을 활용해 시장 흐름을 잘 담은 테마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테마형 ETF와 관련해서 이들 기업이 나설 자리가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김찬영 한국투자신탁운용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은 "향후 유망 산업 분야는 해당 산업과 실제 주식종목과의 관련성을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런 관련성을 판단하기 위해선 키워드 추출 방식 등 빅테이터 기반의 데이터 처리 능력을 갖춘 지수회사와의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기존 전통적인 지수회사들은 이런 역량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최근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데이터 플랫폼기업들이 지수사업에도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어찌됐든 독점이 깨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사업자 다각화 현상은 반길 일입니다. 다만 어느 곳이든 지수 산출사가 될 수 있는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신중한 심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ETF 시장이 급증하면서 지수사업에 뛰어드는 곳들도 많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많아지는 만큼 처음 시도되는 업권이라든가 규모가 작은 기업의 경우엔 실사까지 단행할 정도로 까다롭게 보고 있다"며 "공신력이나 전문성이 부족한 기관과 기업이 심사를 통과할 수는 없는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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