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가 18일 발표한 ‘5G 주파수 할당조건 이행 점검 결과’에 따르면 정부는 통신 3사에 28㎓ 이용 기간 단축 및 회수 처분을 통지했다. 2018년 5월 주파수 할당 당시 정부가 요구한 회사당 28㎓ 장치 1만5000대 설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때 3.5㎓ 주파수도 나눠줬는데, 일반 사용자가 쓰는 이 주파수는 요구량 대비 300% 안팎의 설치율(5월 말 기준)을 기록했으나 28㎓의 설치율은 10.6~12.5%(1586~1868대)에 그쳤다.
주파수별 이행 실적을 100점 만점으로 계산한 결과 SK텔레콤은 28㎓ 부문에서 30.5점을 받아 6개월 이용기간 단축 처분을 받았고 KT는 27.3점, LG유플러스는 28.9점을 받아 해당 주파수 회수 대상이 됐다. 정부는 오는 12월 통신 3사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쳐 처분을 확정한다. 내년 5월 말까지 장비 1만5000대를 모두 설치하지 않으면 SK텔레콤 주파수도 회수 대상이 된다.
28㎓는 직진성이 강한 고주파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메타버스 관련 서비스를 하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직진성이 강해서 신호가 쉽게 가로막히는 만큼 한 장소에 장치를 여러 개 설치해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주파수가 3년간 홀대받은 이유에 대해 정부와 업계의 입장은 크게 엇갈린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서비스가 잘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부담을 크게 줄여준 최소 수량조차 구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도 “통신 3사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강경한 메시지를 냈다.
업계에서는 “한국은 주요 지역에 이미 품질이 더 우수한 와이파이 기반 핫스폿이 설치돼 있어 추가적인 28㎓ 설치 수요가 크지 않다”고 반박했다. 개인 사용자는 필요성을 못 느끼고, 기업 사용자도 수요처가 없어 설치를 못했다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어서 고육지책으로 서울지하철 와이파이 설치 등 실증사업 위주로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미 회사별로 2070억원씩 주파수 이용 대금을 냈지만, 모두 회계적으로 ‘손상차손’ 처리한 상황”이라며 “투자비 회수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게 내부 판단”이라고 했다.
초유의 ‘주파수 회수’ 사태를 통해 정부는 이동통신 시장 내 경쟁 구도를 조성하겠다는 속내도 드러냈다. 박 차관은 “청문을 거쳐 통보 내용(회수)이 확정되면 취소된 2개 대역에 대한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특화된 형태의 제4 이동통신사업자를 찾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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