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건설사, M&A로 환경·에너지기업 전환했죠"

입력 2022-11-20 17:44   수정 2022-11-21 00:29


‘회사명만 보면 어떤 일을 하는 기업인지 궁금하다.’

요즘 SK에코플랜트 직원들이 명함을 건네면 이런 얘기가 돌아온다. 1년 전 SK건설에서 사명을 바꾸면서 기업 정체성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얘기다. 변화의 중심에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가 있다. 신사업의 두 축인 ‘환경’과 ‘에너지’ 사업에 힘을 실으면서 올 3분기 두 사업 비중은 17%를 차지했다. 올 1분기(10.5%) 대비 높아지는 추세다. 현재 건축·주택 사업 비중은 24%다. 10대 건설사의 평균 건설 비중이 53.2%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인 셈이다.

박 대표는 지난 18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서울 수송동 SK에코플랜트 사옥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아날로그적인 건설업에 디지털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며 “해상풍력과 전기의 수소 전환기술, 소각장 고도화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분야 최고의 기업만 산다”
박 대표는 22년간 SK텔레콤에 몸담았다. 휴대폰 보조금제 도입을 통한 휴대폰 대중화, 케이블TV 인수합병(M&A) 등 굵직한 변화를 이끌었다. 4년여간 지주사인 SK주식회사에서 계열사 경영 상황을 체크하고 소통하는 역할을 했다. ‘건설업은 처음’인 그의 이력은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는 원동력이 됐다.

박 대표는 “그룹에 있을 때 건설업이 가장 취약하고 미래 성장동력이 떨어진다는 진단 결과가 나왔다”며 “2020년 환경회사인 EMC를 인수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라고 권고한 것이 변화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직접 SK건설로 자리를 옮겨 지난해 5월 사명까지 바꿨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2년 동안 국내 환경사업에서 수처리·소각 1위, 에너지사업에서 연료전지 1위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비결은 공격적인 M&A다. 박 대표는 올 상반기 두 건의 대형 딜을 성사시켰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전자폐기물 기업 테스와 국내 해상풍력 구조물 제조업체 삼강엠앤티를 인수한 것.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두 회사를 SK에코플랜트에 편입시켰다. 올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늘어난 1조7953억원을 기록했다.

박 대표는 M&A 전략에 대해 “자신이 가진 능력을 과신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일시적 어려움에 빠진 기업도 내가 손을 대면 마법처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며 “오직 내가 가려는 길에 맞는 기업인지, 그 분야 최고인지만 본다”고 말했다.

테스 인수 협상이 초기에 잘 풀리지 않자 실무자가 다른 기업들을 대안으로 들고 왔지만 모두 거절했다. 끝까지 테스만 고집했다. 그는 “폐휴대폰에 남은 데이터를 완벽하게 삭제 처리하는 실력으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과 쌓은 네트워크를 주시했다”며 “기술력보다 네트워크를 산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강엠앤티 인수 때는 해상풍력 구조물 제작 기술력 외에 추가 개발이 가능한 야드 부지 165만㎡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봤다고 한다.
사업 다각화 앞세워 내년 IPO 추진
박 대표는 최근 전기를 수소나 암모니아로 전환해 운송하는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송전선이 없으면 남는 전기를 버려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해보기 위해서다. 그는 “육상풍력으로 얻는 전기를 항구까지 옮기는 해외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며 “풍력으로 만든 전기를 수소로 전환한 뒤 부피를 줄여 운반하기 쉽도록 암모니아로 다시 만들어 항구까지 옮겨주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와 환경 사업은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분야다. ‘비전’의 힘이 중요한 이유다. 박 대표는 “남는 전기를 버리지 않고 자원으로 쓰려면 수소 전환에 필요한 수전해 기술이 꼭 필요한데 이를 해낼 수 있는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많지 않다”며 “2030년이 되면 수전해 시장은 100배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에코플랜트는 내년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박 대표는 “내년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데 주식시장 상황이 변수”라며 “일단은 당초 계획대로 IPO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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