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오피스빌딩 임대료가 처음으로 도쿄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실 임대료뿐 아니라 주재원을 파견하고 현지 직원을 채용하는 비용 등 대부분 분야에서 서울의 도시 경쟁력이 도쿄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일본무역진흥기국(JETRO)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도쿄 미나토구의 오피스빌딩 밀집지역인 도라노몬의 사무실 월 임대료는 ㎡당 6655엔이었다. 서울 종로구 중심지역의 사무실 임대료는 ㎡당 6만4000원이었다.
JETRO가 조사한 작년 9월 1일 달러당 환율(1159원50전, 113.08엔)을 적용하면 서울과 도쿄의 임대료는 각각 55달러와 59달러로 도쿄가 조금 더 비쌌다. 하지만 올 들어 원화보다 엔화 가치가 더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임대료가 역전됐다. 10월 말 환율(1431원, 148.74엔)을 적용한 임대료는 서울이 45달러, 일본이 44.74달러였다.
대만 TSMC 공장을 유치하고 소니의 이미지 센서 공장이 들어서는 등 일본이 첨단 산업의 전진기지로 키우는 규슈의 중심도시 후쿠오카의 사무실 임대료는 36.6달러였다. 서울의 3분의 2 수준이다.
주재원을 파견하는 비용도 서울이 도쿄와 후쿠오카보다 훨씬 비쌌다. 서울의 주재원용 주택 임대료는 1747달러로 도쿄(1318달러)보다 400달러 이상, 후쿠오카(988달러)에 비해서는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주재원 자녀를 위한 국제학교 학비는 서울이 연간 2만8234달러인 데 비해 도쿄는 2만4231달러, 후쿠오카는 1만8659달러였다. 서울의 국제학교 학비는 연간 5만달러에 달해 JETRO 조사보다 더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지 직원을 채용하는 비용도 서울이 비쌌다. 제조업 일반 근로자의 월급은 서울이 1960달러로 1933달러의 도쿄를 앞섰다. 일반 사무직 직원의 월급 역시 도쿄와 큰 차이가 없었다. 옷가게 점원과 식당 종업원의 월급도 도쿄와 서울의 차이는 20만원대까지 줄었다. 후쿠오카는 과장급 이상 관리직급의 급여를 제외하면 모든 분야에서 현지 직원 채용 비용이 서울보다 한참 낮았다.
4대보험 등 사회보험료 부담도 서울이 유리하지 않았다. 일본은 고용자와 피고용자의 부담률이 모두 15% 안팎이었다. 반면 서울은 근로자의 부담률이 9.13%로 일본보다 5%포인트 낮은 반면 고용자의 부담률은 최고 28.48%로 일본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글로벌 기업이 해외 진출 거점도시를 선정할 때 투자 비용과 함께 중요하게 고려하는 거주 환경 역시 도쿄가 서울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다.
미국 글로벌파이낸스매거진이 선정한 ‘2020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the World’s Best Cities to Live in 2020)’에서 도쿄는 2위, 서울은 13위였다. 일본 모리기념재단 도시전략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21년 세계 도시 종합경쟁력 순위(Global Power City Index 2021·GPCI)’에서 도쿄는 3위, 서울은 8위였다.
세계 도시 종합경쟁력 순위에서 서울은 2017년까지 6년 연속 6위를 유지하다가 2018년부터 8위로 밀렸다. 반면 도쿄는 6년째 3위를 지키고 있다. 서울의 순위 하락은 급등한 집값 때문이다. 서울의 집값은 48개 평가 대상 도시 가운데 38위를 기록했다.
한 투자 전문가는 “두 나라의 세율이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이 일본보다 확실하게 비용상 이점이 있는 부문은 전기·수도·가스 요금뿐”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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