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유류세 인하로 드러난 세금의 불균형

입력 2022-11-21 07:20  


 -경유 가격, 허리띠 졸라매도 소용 없어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정유사가 주유소에 판매한 기름 가격은 1ℓ 기준 휘발유는 1,280원, 경유는 1,084원 가량으로 안정세를 유지했다. 이때 휘발유와 경유의 세금 총액은 각각 862원과 627원 정도였는데 휘발유 세금이 경유보다 235원 많았던 만큼 정유사 공급 가격 차액도 196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2021년은 조금 달랐다. 두 기름의 세액 차이가 약간 좁혀지면서 휘발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올라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올해 1분기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격 차액은 119원으로 줄어든 후 2분기는 오히려 경유 가격이 휘발유 대비 24원 비싸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11월 2주에는 경유 1ℓ의 주유소 공급 가격이 1,821원으로 1,535원의 휘발유 대비 무려 286원이나 높아졌다. 역전도 그렇지만 차액 범위도 사상 최대 수준인데 기본 유류세는 휘발유가 많지만 세율을 내리면 휘발유의 세액이 상대적으로 많이 하락하는 구조인 데다 국제적으로 증가한 경유 사용량이 가격을 끌어올린 탓이다. 

 여기서 소비자들의 궁금증은 앞으로 경유 가격이, 그리고 세금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몰려 있다. 현재 기름 값 구조에서 교통에너지환경세를 법에 명시된 휘발유 475원, 경유 340원으로 환원시키면 휘발유와 경유 가격 차액은 ℓ당 300원을 넘게 된다. 가뜩이나 비싼 경유를 사용하는 운전자로선 최악의 상황이다. 그러니 당장 정부도 세금에 손을 댈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경유 소비자를 외면하기도 곤란하다. 용도 측면에서 경유는 소형 물류에 많이 활용되고 있어서다. 오른 경유 가격은 곧바로 물가에 연동될 수 있는 만큼 안정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찾을 수 있는 안정화 방안은 경유의 추가 세금 인하인데 아직 여력은 있다. 2024년 12월까지 교통에너지환경세는 50%까지 내릴 수 있어서다. 법에 기재된 340원의 절반이면 170원이고 현재 경유에 붙어 있는 세액 238원보다 적다. 그렇게 해도 정유사가 공급하는 경유 가격은 ℓ당 2,000원이 넘는다. 

 사실 경유보다 휘발유에 세금이 많이 부과된 이유는 연료별 자동차의 용도 때문이다. 휘발유를 사용하는 자가용은 개인 용도가 많아 상대적으로 사업용 수요가 대부분인 경유보다 세금을 더 내라는 점이 적용됐다. 대신 경유 세금은 낮게 책정해 그간 경유 가격을 휘발유 대비 저렴하게 조절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세금을 세율로 동시 내리고 경유 가격이 상승하자 경유차 보유자의 부담만 증가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우울하다. 국제적으로 휘발유 가격은 내려가는데 경유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어서다. 특히 경유는 6주째 상승 중이며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로부터 경유를 수입하던 유럽이 대체선을 구하지 못한 탓이다. OPEC은 자동차용 경유 가격이 내년에 조금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지만 그래도 휘발유보다 비싼 기름 자리에서 내려오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부로선 세수 감소도 고민이다. 그나마 자동차 등록대수 증가에 따른 기름 소비 증가는 세금 부문에서 한시름 놓는 사안이었지만 배터리 전기차로 전환되는 숫자가 늘어날수록 고민은 늘어만 갈 수밖에 없다. 실제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휘발유 소비량은 지난 2009년 6,587만2,000배럴에서 지난해 8,283만6,000배럴로 26%가 늘었고, 경유도 2009년 1억3,230만8,000배럴에서 지난해 1억7,187만5,000배럴로 30% 증가했다. 하지만 앞으로 전기차가 늘어날수록 증가세는 둔화되고 정점 이후에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배터리 전기차에 담는 전력에 세금을 일부 소액이라도 부과하자는 말이 조금씩 흘러 나오고 있다. 제 아무리 전환기라도 무한정 혜택을 줄 수는 없어서다. 

 일부에선 이번 경유 가격 고공을 계기로 전기차를 포함한 유류세 전반, 아니 수송 부문의 에너지세 전반을 논의하자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현재 사용하는 수송 에너지만 해도 휘발유, 경유, LPG, 천연가스, 수소, 전기 등으로 이미 다양하니 말이다. 

 박재용(공학박사, 자동차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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