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은 앞뒤 사정을 가리지 않고 현금 확보에 혈안이 됐다. 내년 시행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해 유동성 자산을 확보해야 하는 데다, 보험업계가 2012년 경쟁적으로 판매한 저축성 보험도 올해부터 만기가 속속 돌아와 보험금 지급을 위한 자금 수요가 커졌다. 더욱이 최근 은행 예금으로 갈아타기 위해 보험을 중도 해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1년 만기 금리가 연 5%를 넘어선 시중은행 예금과 비교하면 통상 만기 5년인 저축성 보험은 소비자 입장에서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 일부 보험사가 상품 금리를 파격적으로 높이는 등 ‘제살깎기 경쟁’에 나섰다”고 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은 비은행 금융사의 유동성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부동산 PF 문제가 부상하는 시점에 적지 않은 위협”이라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이 최근 은행권에 수신금리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거듭 주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수신 기능이 없는 여신전문금융사도 안전자산 쏠림에 타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고 부동산 PF 노출액이 비교적 큰 캐피털사들이 특히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용등급 AA- 캐피털사의 1년 만기 채권 금리는 1년 전 연 2.05%에서 이달 18일 연 6.07%로 치솟았다. 신용등급 BBB+ 캐피털채 금리는 연 4.9%에서 연 9.2%까지 뛰었다.
금융연구원은 “금리 상승 기조 속에서 중소형 캐피털사의 차환 부담이 급증하면서 유동성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중소형 증권사도 수익성 악화로 신용 리스크가 확대돼 시장 전반에 유동성 경색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빈난새/이인혁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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