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주식·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큰 폭으로 조정될 경우 중소형 증권사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시장 전반의 유동성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곽준희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증권사 유동성·건전성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올해 2분기 증권업계의 유동성과 건전성을 점검한 결과 양호했지만, 연말까지 유동성 부족으로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2분기 증권사의 유동성비율은 125%를 기록했다. 이는 3개월 이내 만기의 부채를 같은 만기의 자산으로 모두 상환하고도 25%의 여유가 있다는 의미다. 증권사가 채무보증 등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사업을 확장해온 점을 고려해 채무보증금 전액이 3개월 이내에 부채로 확정된다는 강한 가정하에 산출한 조정 유동성비율도 2분기 기준 108%를 기록했다. 재무 건전성을 측정하는 순자본비율은 2분기 기준 718%로 경영개선 권고 기준인 100%를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증권사가 보증한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가운데 중소형사가 보증한 물량 1조원가량이 연말까지 만기 도래한다. 채무 보증을 제공한 증권사들은 차환에 실패할 경우 자체 매입으로 물량을 막아야 하는데 한 곳이라도 유동성 부족으로 물량을 소화해내지 못할 경우 연쇄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르면 21일부터 가동되는 중소형 증권사 PF ABCP 매입 프로그램이 유동성 위기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1조8000억원 규모로 조성된다. PF ABCP를 매각하는 증권사에서 후순위로 4500억원을 내 9개 대형 증권사가 중순위로 4500억원을 출자한다. 산업은행과 증권금융이 선순위 투자자로 나서 4500억원씩 출자하기로 했다.
곽 연구위원은 증권사 유동성·건전성이 아직 양호하지만 금리 인상 기조하에서 증권사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예상치 못한 금리 인상 충격이 발생하는 경우 채권, 주식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추가적인 증권 평가손실과 함께 주식거래 관련 수탁 수수료가 감소할 수 있다"며 "가계부채 누증, 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조정되는 경우에도 부동산 PF 관련 수수료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곽 연구위원은 "자기매매 수익 혹은 부동산 PF 등 특정 부문 수수료 수익에 크게 의존하는 중소형 증권사는 일부 자산 가격 하락에 더욱 취약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취약한 중소형 증권사의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할 경우 건전한 중소형 증권사의 차환도 어렵게 만드는 유동성 경색 상황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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