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법 보조금 받자"…유럽기업, 속속 미국行

입력 2022-11-21 16:07   수정 2022-11-22 01:07

유럽 기업들이 미국을 무대로 생산기지 확대에 나서고 있다. 대미 투자에 대해 각종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이들 기업의 미국행(行)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노스볼트, 이베르드롤라 등 많은 유럽 기업이 IRA 시행에 따른 경제적 혜택을 누리기 위해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기고 있다.

지난 8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명과 함께 시행된 IRA는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유럽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스웨덴 노스볼트는 독일 공장 설립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독일 내 에너지 비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후보지로 부상한 곳은 미국이다. 노스볼트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이 회사의 공장 건설에 1억5500만유로(약 216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데 비해 미국에선 최대 8억달러(약 1조800억원)를 지원할 것으로 추산된다. 피터 칼슨 노스볼트 최고경영자(CEO)는 “IRA 시행으로 많은 기업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에너지대기업 에넬스파도 미국에 10억달러 규모의 태양전지 공장을 세울 것이라고 지난 17일 밝혔다. IRA 시행으로 미국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투자하는 업체는 600억달러 규모의 세액공제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유럽에선 기업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유럽 기업의 미국 이전과 관련해 “유럽 국가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유럽의회 무역위원회는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했다”며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WTO 제소와 보복관세 부과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미국과 유럽의 전면적인 무역전쟁은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 견제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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