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미국 중간선거의 이면

입력 2022-11-21 17:38   수정 2022-11-22 00:32

20일(현지시간)로 80세가 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최고령이지만 누구보다 활력이 넘친다. 지난 11·8 중간선거 이후 특히 그렇다. 전날 백악관에서 열린 손녀 나오미 바이든의 결혼식은 물론 중간선거 다음날 기자회견에서도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이 존 F 케네디 이후 어떤 대통령 임기 때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자평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평가대로 민주당은 중간선거에서 선전했다. 상원을 지켰고 하원을 공화당에 내줬지만 박빙 승부를 펼쳤다. 그러나 잘 따지고 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우선 민주당의 상원 다수당 지위가 탄탄하다고 보기 힘들다. 다음달 6일 조지아주 결선투표를 남겨둔 상황에서 전체 100석 중 50석만 확보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바람 막은 민주당
만약 상원 민주당 내 초당파인 조 맨친 의원과 키어스틴 시네마 의원이 반기를 들면 연방 법관을 비롯한 고위직 인준도 불가능하다. 오히려 공화당이 초당파 의원들을 설득하면 상원에서도 공화당에 끌려갈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선거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진영에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구호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언급했다. 격전지로 꼽힌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후보들을 이겼다. 그들은 대부분 2020년 미국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후보였다.

하지만 경합지를 벗어나면 상황은 다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중간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 중 291명이 “2020년 대선은 사기”라고 주장했고 이 가운데 170여 명이 당선됐다고 분석했다. 일부 주의 개표 결과까지 집계되면 ‘친(親)트럼프’ 성향의 당선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체적으로 219명이 승리했고 16명만 졌다”고까지 했다. 이들은 앞으로 연방 상·하원과 주요 주에서 활동하게 된다. 특히 공화당 소속의 주 법무장관들은 공화당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 우편투표를 어렵게 하는 형태로 주 선거법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MZ세대가 지지한 이유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건 젊은 층의 지지 덕분이다. AP통신의 출구조사를 보면 이번 선거에서 18~29세 유권자 중 53%가 민주당에 투표했다. 공화당(40%)에 13%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30~44세 유권자 중에선 52%가 민주당에 표를 던졌다. 공화당 지지율(43%)보다 9%포인트 높았다. 경합지의 젊은 유권자들은 민주당에 몰표를 줬다. 애리조나와 펜실베이니아주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은 18~29세로부터 70~80%의 지지를 얻었다.

민주당은 자화자찬했다. 차기 대선 때 전체 유권자의 40%를 차지할 젊은 유권자들이 본인의 의제를 지지한 것으로 해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차기 대선 출마를 포기하지 않은 것도 비슷한 이유다. 하지만 “상당수의 유권자가 민주당을 지지하기보다 극단주의에 대한 항의 표시로 민주당에 표를 줬다”는 영국 가디언지의 분석을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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