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진 기자
요즘 부동산시장 분위기 되게 안 좋죠
우리는 이제 미분양의 시대로 돌아가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 되게 중요한 이야기인데요
분양시장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짚어볼게요
옛날엔 미계약이나 미분양을 선착순으로 분양했죠
모델하우스 가서 이렇게 줄 섰어요
떴다방 아저씨들이랑 모델하우스 화장실에서 번호표 사고팔고 다 해잖아요
근데 이게 사회적인 문제가 되니까
미계약과 미분양을 묶어서 인터넷으로 청약을 하기 시작했어요
이게 지금의 무순위청약, 줍줍입니다
청약시장이 하도 과열되니까 만들었는데 반대로 시장이 식어버리면?
제도가 없어지거나 크게 바뀔 수도 있겠죠?
근데 역설적으로 이렇게 부동산시장이 안 좋을 때가
우리가 가장 대접받는 시기이기도 해요
얼마 전까지 모델하우스 가면 어땠어요
혹시.. 예약 하셨나요? 아, 저희가 입장 제한이 있어서 ^^
이랬죠
근데 요즘 가보면 어때요
분양소장님이 나와서 절합니다
하지만 티슈 받고, 라면 받고, 마사지 받고
그랬다고 우리가 몇 억짜리 집을 막 사진 않잖아요
그래서 이런 시기부터 분양마케팅이 시작됩니다
그 전까지는 뭐 딱히 광고할 필요도 없었어요
분양만 하면 몇 백 대 1 나왔잖아요
하지만 이젠 혜택이 있어도 할까말까죠
이럴 때 등장하는 마케팅 수법 중 하나가 분양가 보장제예요
분양가가 10냥이니까 흥부가 막 망설이고 있는 거야
너 지금 집값 떨어질까봐 분양 안 받는 거지
입주하고 1년 안에 분양가보다 떨어지면 우리가 차액만큼 책임진다
10냥짜리가 9냥이 되면 1냥은 우리가 환불해준다
이런 개념이에요
근데 진짜 공포에 가깝게 가격이 떨어지는 시장에선 이것도 못 해요
다 돌려주다가 망할 거 아니에요ㅎㅎ
그래서 미분양이 쌓이기 시작하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할인분양이 등장합니다
아까 10냥짜리 아파트 8냥에 떨이로 줄게요, 하는 거예요
다 안팔리면 우린 망합니다, 라는 소리죠
다시 생각해보자고요
놀부는 10냥 내고 입주했어요
근데 흥부는 할인분양 받아서 8냥에 들어오네?
킹받네ㅡㅡ
할인분양은 필연적으로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합니다
그래서 공공연하게, 티 나게 하진 못해요
분양가 10냥짜리를 8냥에 줍니다, 이게 아니라
원래 10냥짜리인데 옵션은 공짜로 넣어줄게요
발코니 확장 공짜로 해드릴게요
사실상 8냥에 드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한다는 거죠
원래 입주할 때 내야하는 잔금을 뒤로 확 미루기도 하고요
이걸 잔금유예라고 해요
잔금을 유예해줬지만 제때 내면 할인해주는 조건도 있어요
이런 일들이 되게 먼 얘기 같지만
불과 10년 전에 서울 한복판, 왕십리뉴타운에서도 벌어졌던 일이에요
근데 미분양 털려고 이렇게 깎아주다 보면
결국 이미 분양받은 놀부들이 집단행동에 나섭니다
나도 깎아줘, 이거죠
그럴 땐 어떻게 되냐
..쟤도 깎아줘야지 어떻게 해요
기존 계약자들까지 소급해서 할인된 가격을 적용해줍니다
건설사가 세입자를 대신 구해주는 경우도 있어요
놀부가 분양받았다고 다 그 집에 사는 건 아니거든요
흥부한테 전세를 놓고
그 흥부가 내는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놀부들도 많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건설사들이
너 어차피 세입자 맞춰야 되지? 우리가 대신 구해줄게
걔한테 보증금 받아서 잔금 내 ^^
이런 식으로 결국엔 자신들이 받아야 하는 돈이기 때문에 선심을 써주는 겁니다
그런데 가격이 더 떨어지다 보면
결국 흥부든 놀부든 아예 계약 물려달라고 합니다
나 지금 이자 내는 것만 해도 죽을 것 같으니까
위약금 낼 테니까 없던 걸로 하자, 이거예요
보통 위약금은 계약금으로 낸 만큼 더 내는 거예요
근데 내가 계약금을 할인 받았었다면?
원래 계약금이 1냥인데, 흥부는 할인받아서 0.5냥만 냈어요
흥부가 이걸 물릴 땐 위약금으로 0.5냥을 더 내면 될까요
아니면 원래 계약금만큼인 1냥을 더 내야 할까요
..이땐 1냥을 내야 합니다
집 사고팔 때 가계약 이런 것도 다 마찬가지예요
어쨌든 여기서 또 갈등이 일어나서
더 내라고? 그럼 나 대출 안 갚아 배째ㅡㅡ
이렇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앞으로 또 보게 될 수도 있어요
하락장엔 정말 야수의 두뇌와 인간의 심장 같은 일들만 벌어지는구나
당분간 몸 좀 사려야겠다, 이런 생각 들죠
그럼 언제가 바닥의 신호, 혹은 청약의 기회일까요
이땝니다
제가 그동안 여러 분야의 전문가분들을 만나면서 물어봤지만
빼놓지 않고 적기로 언급되는 시기는 양도세 깎아줄 때예요
집을 너무 안 사서
제발 사주세요, 사주면 그 집엔 앞으로 양도세 안 물릴게요
이렇게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아예 안 물리거나
조금만 물리거나, 혹은 아예 주택수에서 빼주거나
이런 조건들을 내걸 때 사는 분들이 역사적으로 항상 승자였습니다
양도세 감면은 최근에도 2013년까지 한시 적용됐어요
그분들이 2018년에 세금 한 푼 안 물고 집을 팔았었죠
아주 옛날 일도 아니라는 거예요
오늘 이런 얘기 왜 하냐면
우리는 그동안 상승장의 이야기들, 무용담들 너무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하락장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말해주는 사람은 드물죠
하지만 여러분들에겐 흥청망청, 흥청교육대가 있습니다
..우리 식당 정상영업합니다
기획 집코노미TV 총괄 조성근 부국장
진행 전형진 기자 촬영 정준영·이재형·이예주 PD
편집 조희재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제작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한경디지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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