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에는 한국이 아닌 대만이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저조한 지역이 된다.”
대만 국가발전위원회(NDC)는 2035년 대만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 예상치를 1.12명으로 제시했다. NDC는 2035년 한국의 합계출산율 예상치를 1.18명으로 인용했다. 대만이 한국을 능가하는 세계 최고 저출산 지역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대만의 저출산 충격은 안보 위협으로 이어진다. 군에 입대할 청년이 줄어들어서다. 대만은 모병제 중심으로 군대를 운영하는 동시에 18세 이상 남성에 대해 4개월간의 군사훈련을 의무화하고 있다.
대만 입법원 예산센터 자료에 따르면 올해 징집 예상자는 11만8000명 이하로 10년 만의 최소다. 2012~2016년만 해도 연평균 16만8000명이었다. 저출산 여파로 2017년 13만8000명으로 줄었고 앞으로는 10만 명도 위태롭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만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8세 이상 남성의 의무복무 기간을 현 4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로 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대만이 안보 위협에 시달리는 이유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대만에 무력을 사용하는 안을 포기한다고 절대 약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대만은 2023년 국방예산을 전년보다 12.9% 늘린 4151억대만달러(약 18조원)로 편성했다. 그러나 군대 규모가 절대적으로 작으면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만의 저출산 문제는 뿌리가 깊어 단기간에 해결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2020년 대만에서는 가정에서 기르는 반려동물이 15세 이하 청소년 및 유·아동보다 많다는 분석이 나와 충격을 주기도 했다. 대만인이 출산을 꺼리는 이유로는 경제적 문제가 꼽힌다. 1990년대부터 대만의 임금 상승률은 정체된 반면 집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교육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등 일과 육아의 병행이 어렵고, 여성에게 육아 및 가사 부담을 더 지우는 보수적 문화도 문제로 꼽힌다.
대만은 과거 국제결혼을 통해 인구절벽에 이르는 시기를 늦춰 왔다. 그러나 국제결혼도 최근 들어선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대만은 육아수당과 탁아시설 보조금을 확대하며 출산을 독려하고 있다. 최근 쿵밍신 NDC 위원장은 10년 동안 외국인 인재를 최대 40만 명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