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다르다. 조폭과 사채업자는 없다. 대신 신흥 회장님과 ‘큰손’들이 등장한다. 제도권까지 끌어들인다. 로펌, 회계법인은 물론이고 증권사의 기업금융(IB) 자문도 받는다.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문어발 M&A는 필수다. 상장사가 상장사를 끊임없이 인수한다. 시장 기대가 높은 테마 산업군에 돈을 태운다.
실탄은 전환사채(CB)다. 큰손들은 CB에 1년 이상 돈을 묻어놓는다. 이후 M&A를 통해 테마를 만들고 주가가 폭등하면 빠져나간다. 사업의 실체가 아예 없진 않다. 횡령도 없다. 그렇다고 기업 경영에 큰 뜻을 두진 않는다. 다들 ‘잿밥’(머니게임)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리튬플러스와 리튬인사이트는 지난해 신설됐다. 자본금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불과하다. 두 곳 모두 포스코에서 리튬 연구를 총괄했던 전웅 대표가 세웠다. 그는 2016년 포스코를 퇴사한 이후 영업비밀 유출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작년 6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리튬 관련 두 회사는 설립 후 각각 300여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그 돈으로 하이드로리튬과 WI를 사들였다. 더 특이한 건 인수 자금을 댄 사람이다. 리튬인사이트에 WI 인수 자금을 빌려준 이는 WI의 기존 최대주주 변익성 대표다. 동시에 WI는 리튬플러스에 하이드로리튬 인수 자금을 빌려줬다. 그 결과 ‘변 대표→리튬인사이트→WI→리튬플러스→하이드로리튬’이라는 복잡한 지배구조가 생겼다.
두 상장사는 1800억원 넘는 자금을 조달 중이다. 대부분 CB 발행이다. 리튬 테마를 타고 주가가 폭등하면서 CB 투자자들은 ‘초대박’을 예고하고 있다. 두세 달 사이 하이드로리튬 주가는 2000원대에서 2만8350원(21일 종가)으로 15배 가까이 뛰었다. WI 주가도 800원대에서 3900원으로 점프했다.
검찰 출신도 여럿 등장한다. 김경준 리튬플러스 공동 대표 겸 리튬인사이트 이사가 검찰 수사관 출신이다.
WI로 ‘돈방석’에 앉게 된 투자조합인 라크나가조합의 대주주(40%)도 검찰 수사관 출신인 이성락 회장이다. WI는 57억원 규모의 CB(전환가 1160원)와 보호예수 없는 10억원 규모 신주(주당 1675원), 구주 98만 주(주당 1200원)를 라크나가조합과 이 회장에게 몰아줬다. 조합과 이 회장은 현 주가 기준 200억원 안팎의 이익을 내고 있다.
다양한 무자본 M&A ‘프로젝트’는 얽히고설킨 경우가 많다. 투자자와 ‘선수’들이 중복된다. 예를 들어 리튬플러스에 50억원을 투자한 이브이첨단소재를 역추적하면 ‘에스엘바이오닉스→스튜디오산타클로스→넥스턴바이오→이브이첨단소재→다이나믹디자인’의 피라미드 구조가 드러난다. 모두 상장사다. 하이드로리튬과 WI 주요 투자자로 등장하는 제이에이치투자조합1호는 지난달 다이나믹디자인 CB에도 투자했다.
조진형/이동훈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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