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시내버스에 센서를 달면 행정 영역에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부산시가 계획 중인 사업 가운데 하나인 미세먼지 환경 대응 정책 지원은 시내버스에 환경 센서와 비전 센서를 시범적으로 장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활용 데이터는 미세먼지와 온도, 습도는 물론 법규 위반과 이상 운전까지 다양하다. 특정 시간대와 위치에서 이상 현상이 관측되면 인공지능(AI)이 분류해 알리는 시스템이다. 미세먼지와 유해가스 취약 지구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운전자 졸음 감지 및 보수가 필요한 도로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내년부터 부산 관련 데이터가 저장되고 연결되는 ‘데이터 통합플랫폼’ 구축에 투자한다. 부산시를 비롯해 16개 기초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데이터를 하나로 모으는 작업이다. 여기에는 대학과 기업의 데이터도 함께 들어간다. 다양한 데이터가 모이는 것은 곧 머신러닝 및 인공지능에 활용할 변수가 많아진다는 의미다. 시는 이 플랫폼을 토대로 현상의 시각적 나열과 분석에서 벗어나, 인공지능을 활용한 예측 단계로 행정력을 한 단계 진화할 계획이다. 15분 도시 등 시 역점 사업을 더욱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전문가 네트워크를 활용한 관련 산업 고도화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평가다. 시는 지난 7월 KAIST 오토아이디랩 부산 산학공동연구소를 설립했다. 오토아이디랩은 세계 최대 비영리 민간 국제표준기구인 GS1의 연구 파트너로, 세계 6개 연구기관 중 하나다. RFID, EDI(전자상거래),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전환 기술표준 및 △유통물류 △헬스케어 △해양수산 △철도 △스마트시티 △스마트팩토리 관련 표준을 제정한다. 시는 2024년까지 전임 연구원 등 총 5명 규모로 운영하며 점차 규모를 확대해 2029년 총 24명의 인력으로 구성해 GS1 글로벌 커뮤니티에 편입되는 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양자컴퓨터를 위한 전문가 조직도 구성했다. 양자 정보기술 활용을 위한 것으로, 시는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양자컴퓨터 △양자통신 △양자 센서 △양자 정보 △양자 보안 등의 영역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할 예정이다.
드론 서비스 기업인 케이드론협동조합은 이미지 데이터를 활용했다. 지난해 소나무재선충 방재 작업을 위한 드론 촬영과 관련해 소나무재선충 AI 식별 솔루션 모델을 개발했다. 모델 개발 결과 병충해를 예방 및 박멸하기 위한 관찰 작업을 기존 3일에서 1시간으로 단축했다. 지난해 대비 매출은 60% 증가했으며, 이 모델을 기반으로 환경 항공 감시와 산불 피해 지역 산출, 군부대 정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프로세스 마이닝 영역에서 스마트 팩토리(공장)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여러 방안 중 하나의 단계에 불과하다. 센서로 설비의 가동 데이터를 얻어 현황을 분석하는 스마트공장과 달리 프로세스 마이닝은 여러 설비 데이터의 통합과 함께 설비 자체의 셧다운(중단)을 AI로 예측까지 시도한다.
하지만 국내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은 아직 시기가 이르다는 평가다. 이상화 아이오코드 대표는 “거래가 전산으로 이뤄지는 금융 산업과 달리 제조업 부문은 공정에 사람이 개입하는 부분이 많아 데이터 수집 단계부터 어려움이 많다”며 “특히 회사 내 공정별 전문가가 흩어져 있어 전체 프로세스를 통합해 사고하는 등의 인식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적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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