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창립 55주년을 맞은 BNK부산은행(이하 부산은행)은 2025년 자산 100조원 시대를 열며 ‘중견 은행’으로의 전환을 선포했다. 지역은행에서 탈피하고 광역권 은행 영업을 강화하는 초석을 놓겠다는 의미다.
부산은행은 금융권에 부는 디지털 전환 바람을 타고 혁신을 위한 전사적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데이터 수집을 기반으로 한 신규 사업 아이템 발굴과 함께 은행원의 불필요한 업무를 줄여 업무 효율을 끌어올리는 한편 영업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자산 컨설팅 기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안감찬 부산은행장은 “지역은행에서 중견 은행으로 우뚝 서기 위한 전략 중 디지털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며 “신사업 진출은 물론 영업망의 틈새를 채우는 데 디지털 전환 기술을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은행은 올해를 디지털 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디지털 전략’을 수립했다. 영업점 환경을 디지털로 전환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디지털데스크’는 화상상담 기기로 본점의 전문상담원과 화상상담을 통해 △예·적금, 청약, 신규 계좌 개설 △대출 상담 및 신청 △인터넷뱅킹 신규 개설 △신용·체크카드 발급 등 대부분의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기기다.
고객 작성용 태블릿, 핀패드, 카드리더기, 스캐너, 생체인식 모듈, 휴대폰 미러링 카메라 등이 탑재된 디지털데스크를 올해 말까지 10개의 무인점포 및 일반 영업점 창구에 배치하고, 지속해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안 행장은 “디지털데스크를 통해 사회취약계층을 포함한 다양한 고객이 은행 업무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은행의 RPA 시스템은 매월 800건 이상의 대출을 심사하며 연간 5만 시간 이상의 업무 시간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개인대출 기한 연기 심사는 영업점 대출 담당 직원 업무 비중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업무다. 관련 절차가 많아 시간이 많이 드는 영역이다. 이 업무는 고객의 신용도, 재직 상태 등 로봇이 심사하기 어려운 영역이었으나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RPA가 실무에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은행원들은 대출 심사 과정에 시간을 줄이는 대신, 영업점을 방문한 고객 상담에 더 많이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부산은행은 기업 대출 심사와 신용카드 발급 자동화 등 시간 소요가 많은 창구 업무 순으로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를 개발해 도입할 계획이다. 이러한 업무 효율화를 통해 영업점 방문 고객에게는 최상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태블릿PC에 설치해 사용할 수 있는 은행 업무 앱으로 은행 직원이 고객을 직접 찾아가 상담부터 업무처리까지 가능한 원스톱 시스템이다.
업무처리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어 영업 형태에 따라 실시간 거래 등 효율적인 방식으로 일할 수 있으며, 서식 접수는 영업점 시스템 연계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처리할 수 있다.
누비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는 △고객 싱글뷰(single view) △금융상품몰 △각종 조회 등 영업 지원 △고객 등록 △통장 개설 △인터넷·모바일뱅킹 신규 가입 △각종 제신고 등 수신 업무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발급 등 카드 업무 △여신 약정서 징수 등이다.
부산은행은 누비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찾으며 공유하는 등 사용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내점 고객 감소의 대안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부산은행은 지난 9월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했다. 모바일뱅킹 앱으로 신분증과 얼굴을 촬영하면 간편하게 신분 확인을 완료할 수 있는 ‘안면인식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를 시행했다.
기존의 비대면 실명 확인이 은행 직원과 고객 간 영상통화 방식이라면 ‘안면인식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는 은행 직원 없이도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서비스 도입으로 영상통화에 익숙하지 않은 금융 취약계층의 비대면 금융거래 편의성을 챙겼다. 부산은행은 앞으로 위변조 방지 기술을 적용해 실명 확인의 정확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모바일 영업점’ 서비스는 고객이 별도의 모바일뱅킹 앱을 설치하지 않고도 가상의 영업점에서 △예·적금 △신용카드 △체크카드 가입 등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디지털 금융 채널이다.
부산은행 각 영업점에서는 △캐릭터를 활용한 직원 정보 꾸미기 △영업점 인근 가게 홍보를 위한 이웃 가게 등록 등 모바일 속 화면의 이미지를 직접 꾸며 고객들과 소통할 수 있다. 추천 상품과 각종 이벤트를 직접 등록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특화 서비스도 제공한다.
향후 ‘모바일 영업점’ 서비스에 증강현실(AR) 앱도 연계해 금융은 물론 고객에게 다양한 생활형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 3월 시범 실시를 거쳐 7월 전 영업점을 대상으로 ‘영업점 페이퍼리스(paperless) 시스템’도 도입했다. 이를 통해 200여 종의 고객 거래용 서식을 디지털화하고, 디지털화된 서식과 223개 거래화면을 연계해 창구 거래의 97% 이상을 전자서식으로 수용할 수 있게 됐다.
전자서식 관리체계를 표준화한 페이퍼리스 시스템은 빈번하게 발생하는 서식·제도 변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설계해 태블릿을 이용한 서식 접수 등 다양한 채널을 수용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
아울러 전자서식 작성 편의성 및 가독성 향상을 위해 일괄서명과 간편 화면을 구현해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페이퍼리스 시스템을 통한 종이 서식의 감소는 영업점 마감 및 서류 집중 등을 위한 후선 업무를 크게 단축했으며 비용 절감 측면 외에도 은행 업무 전반에 걸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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