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체취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 직장내 괴롭힘일까요?

입력 2022-11-22 17:33  



B사원은 A팀장으로부터 모욕적인 발언을 들었다면서 고충 처리 담당자에게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두 사람의 면담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B사원 : A팀장이 저에게 냄새가 난다고 지적했습니다. 저는 제가 심각한 냄새로 팀원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지 몰랐습니다. 제가 A팀에 들어온 첫날부터 팀원들이 저를 멀리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팀원들과 사적으로 교류할 기회가 없었던 저는 항상 팀에서 소외되었고, 이제는 A팀장이 저에게 나는 체취로 인해 팀원들이 사무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한다는 모욕적인 말을 들었습니다. A팀장에게 악취가 난다고 꾸중을 들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A팀장이 사람에게 냄새가 난다고 반복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닌가요?

A팀장 : 신입사원 B가 저희 팀에 들어온 이후부터 사무실에서 이상한 악취가 나기 시작했어요. 첫날 입고 온 옷이 문제라 생각했는데, 다음날에도, 한 달이 지나서도 사무실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서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어요. 팀원들도 B사원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팀원들은 B사원이 근처로 오면 자리를 피했고, 바로 옆자리에 앉은 사원은 B사원 방향으로 선풍기를 근무시간 내내 틀어놓더라고요.

저는 이대로는 팀 분위기에 악영향이 있을 것 같아서 B사원을 불러서 팀원들이 냄새로 인해 어려움이 있으니 조금만 신경을 써달라고 정중히 요청했습니다. 그랬더니 B사원은 심각하게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자리를 나갔습니다.

그 이후에도 상황이 바뀌지 않자 저는 B사원에게 메신저로 2차 주의를 남겼고, 3차에는 섬유 탈취제와 같은 선물로 주면서 같이 노력하자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냄새로 직장 동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닌가요?



이러한 상황에서 고충 처리 담당자는 어떻게 조치해야 할까요?

사례에서 고충 처리 담당자는 A팀장이 B사원에게 한 지적이 관리자로서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었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2의 업무상 적정범위에 대해 관리자로서 조직 관리 차원에서 해당 직원의 특정 언행을 지적하는 것이 상식적인 수준이라면 그 업무상 필요성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에 비추어볼 때 상당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B사원이 고충 처리 담당자에게 괴롭힘에 대해 토로한 내용은 A팀장으로부터 반복적으로 자신의 냄새에 관하여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는 것입니다. A팀장이 B사원에게 냄새와 관련하여 세 번을 언급하면서 A팀장이 관리자로서의 지적이 아닌 자신의 예민한 후각에 기인하여 인격을 모독하는 듯한 뉘앙스의 언행을 한 경우에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실제로 A팀장을 비롯한 팀원들은 B사원의 냄새로 인하여 고통받고 있었고, A팀장이 정중한 언행으로 세 차례에 걸쳐 B사원에게 업무상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면 이를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인정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충 처리 담당자는 A팀장이 B사원에게 세 번의 언급을 하게 된 배경과 언급한 내용 및 비언어적인 표현 등에 대한 양 당사자와 참고인에 대한 진술을 토대로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사례의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다만, B사원이 제기한 이슈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냄새'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례에서 언급된 사람의 체취와 같이 우리는 업무현장에서 특이한 향수나 담배 냄새 등의 후각적인 자극, 눈빛이나 시선과 같은 시각적인 부분, 특이한 웃음소리나 큰 전화 목소리와 같은 청각적인 부분 등의 인격적 표지를 마주합니다.

그때마다 그 대상이 상사라면 당신의 인격적 표지로 고통을 받는다고 말하는 것이 자신의 고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후배라면 자신의 언행이 직장 내 괴롭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오늘도 묵묵히 참아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등의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구성원 간의 소통을 단절하거나,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괴로움을 해결하기 위한 법이 아닙니다. 건강한 조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마련된 법의 취지에 따라 고충 처리 담당자는 관리자와 구성원의 상황관리와 의사소통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고충 처리 부서에서는 정기적인 직장 내 괴롭힘 교육을 통해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에 대한 구성원의 이해도를 높이고, 관리자에게는 특수한 상황을 대처하거나 팔로워십(followership)을 이끌 수 있는 의사소통 기술에 관한 조언을, 신입 구성원에게는 본인의 문제를 객관화하고 조직에 적응하는 데에 필요한 기초적인 훈련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용선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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