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상승세가 한풀 꺾인 가운데 공매도 대기 자금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최근 주가 상승세가 가팔랐던 종목에 공매도 잔고가 급격히 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대차잔고 금액은 74조252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1일 66조4708억원에서 한 달 여 만에 7조7821억원이 늘었다. 대차잔고 주식 수도 같은 기간 20억8331만주에서 21억4922만주로 증가했다. 국내에선 무차입공매도가 불법이다. 공매도를 위해서는 먼저 주식을 빌려야 하는 만큼 빌린 주식 금액(대차잔고)이 증가한 것은 통상적으로 공매도 대기 자금이 늘었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팔자’로 전환하면서 증시 상승세가 꺾였고 이에 따라 공매도 대기 자금도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차잔고는 지난 9월 말 증시가 상승 반전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연초 이후 최저규모인 62조2118억원까지 줄었다. 이달 증시 상승세가 정점을 찍은 후 꺾이기 시작하면서 지난 15일에는 연초 이후 최대규모인 76조7760억원까지 늘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물가 상승률이 높아 내년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정책 완화를 기대하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판단하는 투자자들도 많다”며 “최근 단기적으로 증시 반등 폭이 컸던 것도 다시 하락에 대한 경계감이 커진 이유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주가 상승률이 높았던 종목들은 공매도 잔고가 많이 늘었다. 카카오페이는 공매도 금액이 지난달 24일 788억원에서 이달 17일 기준 1245억원까지 급증했다. 카카오페이는 이 기간 주가가 68.6% 상승했다. 카카오뱅크 역시 같은 기간 공매도 잔고가 2494억원에서 3517억원으로 1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카카오, 넷마블 등도 공매도 잔고가 급증했다.
전균 삼성증권 수석전문위원은 “통상적으로 대차잔고는 12월 중순부터 공매도 투자가들이 쇼트커버링을 하면서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며 “현재 대차잔고가 늘었지만 다음 달부터는 급감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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