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욱 "성남시장 재선뒤 李측 '고맙다' 말해"

입력 2022-11-22 18:29   수정 2022-11-23 00:45

검찰의 고강도 수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의 폭로까지 거듭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더 증폭되고 있다. 성남FC 후원금, 쌍방울그룹 비리, 변호사비 대납 등 이 대표와 관련한 다른 사건까지 대장동 일당과 연결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檢, 경기도청 압수수색
서울중앙지검은 22일 이 대표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근무하던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했다. 수사팀은 정 실장이 도지사 비서실 정책실장으로 근무한 2018~2021년 도청 직원들과 주고받은 이메일 등을 확보해간 것으로 전해진다.

정 실장은 △대장동사업 관련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1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가 보유한 천화동인 1호 지분 중 24.5%(세후 428억원)를 나눠 갖기로 한 혐의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 내부 비밀을 흘려 대장동 일당이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자로 선정되도록 한 혐의 등으로 지난 19일 구속돼 조사받고 있다.

정 실장 측은 구속의 합당성을 따지는 구속적부심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상태다. 심리는 23일 열릴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것은 죄를 지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의미”라며 “남 변호사가 법정에서 증언한 내용을 포함해 의혹 전반을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검찰 수사를 “유검무죄 무검유죄”라고 비판하며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구체적 근거 없이 비난하는 악의적 프레임”이라고 반박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날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정 실장 수사 배후로 자신을 지목한 것에 대해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조 단위 개발이익을 뒷돈을 받으면서 가로챈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외풍을 막는 것은 법무부 장관의 임무”라며 “전임 장관(박 의원)은 그 임무를 다하지 않은 것뿐”이라고 일축했다.
이틀째 폭로 이어간 남욱
남 변호사는 전날 재판에 이어 이날도 폭로를 이어갔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기존 진술 중 번복한 것은 딱 하나”라며 “나머지는 했던 얘기거나 전에 말하지 않았던 사실을 지금 얘기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지난 21일 대장동 재판에서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 대표 지분임을 알고 있었다”고 증언한 것 외에는 바꿔 말한 내용이 없다는 의미다. 그는 최근 폭로전에 가세한 데 대해 “내가 하지 않은 일까지 떠안기는 싫기 때문”이라며 “남이 내 징역을 대신 살아줄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남 변호사는 대장동사업에서 자신은 ‘자금원’ 역할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21일 열린 대장동 재판에서도 “2014년 6·4 지방선거를 전후해 위례신도시 사업권을 받는 대가로 이 대표 측에 4억원 이상의 선거자금을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남 변호사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이 확정된 당일 저녁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했다.

남 변호사의 발언으로 이 대표 측이 대선뿐만 아니라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대장동 일당과 결탁해 대장동·위례신도시 사업 관련 특혜를 대가로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더 불이 붙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성남FC 사건에서도 이 대표 측과 대장동 일당의 유착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남 변호사 등이 과거 성남FC에 낸 후원금 5억원이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청탁 명목인지를 조사하고 있다.

이 대표가 쌍방울그룹 비리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도 점점 커지고 있다. 남 변호사는 21일 재판에서 유 전 본부장과 정민용 변호사가 다시마 비료업체 유원홀딩스를 세운 게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됐을 때 대북 지원사업을 따내기 위해서라는 증언을 했다. 그리고 “이 사업을 주관할 사람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라는 걸 알게 됐다”고도 말했다.

이 대표 측근인 이 전 부지사는 대북 경제협력사업 지원을 대가로 쌍방울그룹으로부터 3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재판에 넘겨졌다. 이 대표는 현금 대신 쌍방울이 발행한 전환사채(CB)를 변호사비로 낸 ‘변호사비 대납 사건’ 의혹으로도 쌍방울그룹과 얽혀 있다.

김진성/최한종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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