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5만 명의 보험금 4000억원이 걸린 삼성생명 즉시연금 소송 2심에서 삼성생명이 승소했다. 지난해 7월 1심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비슷한 소송에서 대부분 보험사가 패소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생명이 반전을 끌어냈다는 평가다.
즉시연금이란 보험료 전액을 가입할 때 한 번에 납입하고, 다음달부터 매월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이다. 금리가 내려가도 보험사가 ‘최저 보증이율’을 보장해준다는 이유로 은퇴자 사이에 인기를 끌었다.
생보사들은 상속만기형 즉시연금 가입자가 낸 순보험료(납입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뺀 금액)에 공시이율을 적용한 금액에서 일부를 공제한 뒤 연금을 지급해왔다. 그러나 가입자들은 “약관에 금액 일부를 공제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고, 보험사에서 설명을 듣지도 못했다”며 2017년 금융당국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보험사에 미지급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여러 생보사는 반환을 거부했다. 이들은 “산출방법서에 따르면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하고 지급한다는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듬해 생보사와 가입자 간 대규모 소송전이 시작됐다.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 규모는 최대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삼성생명의 보험금 미지급액은 4300억원으로 그 규모가 가장 크다. 이 소송에서 다툰 금액은 이 중 6억원가량이지만, 재판부의 논리가 다른 판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중요한 소송으로 여겨져 왔다.
1심 재판은 “산출방법서는 보험 약관 내용이라고 할 수 없다”며 가입자 손을 들어줬다. 산출방법서만으로 가입자에게 충분한 설명이 될 수 없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원고들에게 5억9000여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같은 이유로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교보생명이 즉시연금 공동소송에서 잇달아 패소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즉시연금 개인 가입자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이와 같은 해석이 뒤집히며 반전의 계기를 맞았다. 재판부가 이전까지와 달리 “산출방법서도 약관의 내용으로 봐야 한다”며 원고 패소를 판시한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약관에 연금월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금액은 ‘산출방법서에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 금액’이라는 지시문이 있다”며 “보험 약관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고 봤다. 설명 의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삼성생명은 가입설계서를 통해 가입자가 받게 될 연금월액이 공시이율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며 “충분한 설명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선 공동소송을 맡은 이번 2심 재판부 역시 위와 같은 논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생명보험업계는 대체로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는 반응이지만, 최종 승소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2월 즉시연금 2심에서 산출방법서가 약관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시 한번 패소했기 때문이다. 2심 판결도 엇갈리는 만큼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가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법원 “고객에게 상품 특성 다 알렸다”
23일 서울고법 민사12-2부(부장판사 권순형 박형준 윤종구)는 A씨 등 57명이 삼성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삼성생명 측이) 연금액 산정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원고들이 이 사건 보험 체결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설명을 했다고 본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즉시연금이란 보험료 전액을 가입할 때 한 번에 납입하고, 다음달부터 매월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이다. 금리가 내려가도 보험사가 ‘최저 보증이율’을 보장해준다는 이유로 은퇴자 사이에 인기를 끌었다.
생보사들은 상속만기형 즉시연금 가입자가 낸 순보험료(납입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뺀 금액)에 공시이율을 적용한 금액에서 일부를 공제한 뒤 연금을 지급해왔다. 그러나 가입자들은 “약관에 금액 일부를 공제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고, 보험사에서 설명을 듣지도 못했다”며 2017년 금융당국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보험사에 미지급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여러 생보사는 반환을 거부했다. 이들은 “산출방법서에 따르면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하고 지급한다는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듬해 생보사와 가입자 간 대규모 소송전이 시작됐다.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 규모는 최대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삼성생명의 보험금 미지급액은 4300억원으로 그 규모가 가장 크다. 이 소송에서 다툰 금액은 이 중 6억원가량이지만, 재판부의 논리가 다른 판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중요한 소송으로 여겨져 왔다.
재판부마다 엇갈리는 해석
소송의 핵심 쟁점은 ‘산출방법서’를 보험 약관의 일부로 포함할 수 있는지였다. 산출방법서는 보험료나 책임준비금 등을 계산하는 서류로, 줄글로 풀어 설명해준 약관과는 달리 수식 등 매우 전문적인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1심 재판은 “산출방법서는 보험 약관 내용이라고 할 수 없다”며 가입자 손을 들어줬다. 산출방법서만으로 가입자에게 충분한 설명이 될 수 없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원고들에게 5억9000여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같은 이유로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교보생명이 즉시연금 공동소송에서 잇달아 패소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즉시연금 개인 가입자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이와 같은 해석이 뒤집히며 반전의 계기를 맞았다. 재판부가 이전까지와 달리 “산출방법서도 약관의 내용으로 봐야 한다”며 원고 패소를 판시한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약관에 연금월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금액은 ‘산출방법서에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 금액’이라는 지시문이 있다”며 “보험 약관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고 봤다. 설명 의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삼성생명은 가입설계서를 통해 가입자가 받게 될 연금월액이 공시이율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며 “충분한 설명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선 공동소송을 맡은 이번 2심 재판부 역시 위와 같은 논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생명보험업계는 대체로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는 반응이지만, 최종 승소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2월 즉시연금 2심에서 산출방법서가 약관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시 한번 패소했기 때문이다. 2심 판결도 엇갈리는 만큼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가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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