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노조가 인력 확충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갔다. 병원 행정서비스와 진료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 파업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 환자들의 피해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조합원 1000여 명은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출정식을 열고 총파업에 들어갔다. 서울대병원분회의 총파업은 지난 10일 1차 파업에 이어 13일 만이다. 이번 총파업에는 간호사, 의료기사, 행정직군 등 노조원 3900여 명이 참가했다. 의사 직군은 참여하지 않았다.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은 업무 상당 부분이 마비되면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불편을 떠안았다. 어머니를 부축해 병원을 찾은 강모씨(28)는 “어머니 수술 기록을 발급하기 위해 왔는데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먼저 보내드렸다”며 “어머니가 한 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아픈 사람에게 가혹한 처사”라고 말했다.
보라매병원 일부 진료과목은 파업에 대비해 새 입원 환자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환자와 보호자의 항의가 이어졌다. 노조는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등에 필요한 필수 인력은 제외하고 파업에 참여해 환자 의료 서비스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필수 인력 규모 자체가 줄면서 환자들이 간접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가 환자를 볼모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조 요구사항에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방안 마련’과 같이 시급하지 않은 이슈도 포함돼 있다.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인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 심정적으로 파업에 공감은 한다”면서도 “병원 직원에게 기후위기 교육을 하면서 그 내용을 노조와 논의하라는 건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번 파업은 하루에 그친 1차 파업과 달리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차 파업 이후 병원과의 교섭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조도 이날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공단에 임금 인상과 감원 없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강원 원주 건강보험공단 본사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광식/구교범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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