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23일 23:5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 운영사인 메쉬코리아 매각에 빨간불이 커졌다. 4대 주주인 솔본인베스트먼트 등 일부 주주가 매각 방침에 반대하면서 결국 법정관리행을 밟게 될 전망이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메쉬코리아 매각을 주관하는 채권단 OK캐피탈은 이날 메쉬코리아에 대해 사실상 법정관리행인 P플랜(사전회생계획)을 추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솔본인베스트먼트가 이날 오후 메쉬코리아 이사회 이사진에게 공문을 보내 매각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명하면서다. 공문에는 기존 주주들이 합의한 대표이사 해임, 유상증자에 대한 사전동의권 두 가지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하면서, 강행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솔본인베는 지분 7. 51%를 보유한 4대 주주다. 이 외에도 일부 주주가 매각 방침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매각은 주주단의 전원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한 주주라도 반대하면 매각도 물건너가게 된다.
앞서 OK캐피탈과 나머지 주주단은 매각 방향에 합의를 한 상황이었다. 주요 주주는 최대 주주인 네이버(18.48%)를 비롯해 GS리테일(18.46%), 현대차(8.88%) 등이다. 이들은 전날 주주단 회의에서 새 인수자인 유진소닉-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이 600억원을 신주로 투입해 53%를 인수하고, 나머지 지분 47%는 기존 주주들에게 분배하는 내용에 동의했다. 이 안건을 토대로 오는 25일 이사회를 열어 대표이사 해임안과 유진소닉이 우선적으로 메쉬코리아에 100억을 증자하는 안건을 결의할 예정이었다. 이 자금은 당장 시급한 임직원의 월급 등에 우선적으로 활용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솔본인베가 이 안건에 돌연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매각 작업 자체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솔본인베는 전날 열린 회의에는 불참했다.
기존 주주가 매각을 수용한 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선책이었다. 법정관리행을 가게될 경우 지분이 전부 소각되기 때문이다. 유진소닉이 인수할 경우 시간이 걸리더라도 메쉬코리아의 경쟁력이 회복돼 투자 손실 규모를 줄이거나 다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는 만큼 매각에 찬성했다.
OK캐피탈도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택했다. 처음부터 법정관리에 갈 수도 있었지만, 기존 주주단의 지분 소각, 화주 및 라이더 이탈 등으로 인한 회사의 경쟁력 저하 등을 고려해 유상증자를 통한 매각을 우선적으로 제안했다. 유진 컨소시엄이 인수자로 남아있는 한 OK캐피탈은 법정관리행에 가게 되더라도 대출금 360억원은 건질 수 있다.
창업자인 유정범 의장은 매각에 결사 반대하고 있다. 경영권 사수를 위해서다. 유 의장은 이번 매각과 관련해 채권단과 논의하는 임원에 대해 대기 발령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장의 우군으로 나선 솔본인베스트먼트는 유 의장과 오랜기간 신뢰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25일이 메쉬코리아 몰락의 최종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OK캐피탈은 유 의장이 25일까지 대출금 360억원을 갚지 않을 경우 디폴트 선언을 할 예정이다. 이후부터는 곧바로 법정관리를 추진하게 된다. 다만 기존 주주단 전원이 다시 매각 방침에 합의한다면 매각이 예정대로 추진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앞서 유 의장이 지난 2월 자신의 지분 14.82%와 김형설 사내이사(6.18%) 등 지분 전량인 21%를 담보로 OK캐피탈로부터 360억원을 대출받았으나 갚지 못하면서 매각 작업의 직접적인 발단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이 지경이 된 데에는 유 의장의 책임이 가장 큰데 자신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기존 주주는 물론 회사 임직원들까지도 피해를 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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