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4일 열린다. 시장에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하는 '베이비 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물가 및 원·달러 환율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는데다 금리 급등에 따른 가계의 부채 부담이 늘고 있어서다. 자금시장이 얼어붙은 점도 통화정책 운용의 폭을 좁게 하는 요인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99명이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대로라면 역사상 첫 여섯 차례 줄인상(4·5·7·8·10·11월)을 단행하는 것이다.
전문가 10명 중 7명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p) 인상될 것으로 봤고, 3명은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봤다. 11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분석 배경엔 물가 및 환율 상승세 둔화가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향후 물가 전망을 예측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하락하며 물가정점론이 힘을 받고 있다. 11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보다 0.1%포인트 낮은 4.2%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7월 4.7%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하락세를 보이다 10월 다시 상승했으나 이달 다시 내렸다. 한은 측은 공공요금·외식 등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석유류·농·축·수산물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기대인플레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의 주 요인이었던 원·달러 환율도 가파른 상승세가 주춤한 분위기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 정책에 9월 1440원선을 돌파했던 환율은 상승 흐름을 지속하다 이달 들어 1300원대로 떨어졌다. 최근 1300원 중반대까지 오르며 상승 압력을 받고 있지만 비교적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여기에 3분기 가계부채가 1870조원을 넘으며 사상최대치를 경신, 줄어들 기미가 없는데다 금리 상승에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점도 한은으로서는 부담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을 밑돌면서 중앙은행(Fed)의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러한 배경에서 금리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지난 11일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과 환율이 비교적 안정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Fed의 금리인상 속도도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통화정책 속도 조절을 지지했던 금통위원들의 견해가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달 금통위가 빅스텝을 결정할 당시 주상영·신성환 금통위원은 경기 침체 등을 우려해 베이비 스텝을 주장했다.
다만 Fed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지 않고 빅스텝을 밟는다 해도 우리나라와의 금리 차는 다시 1%포인트 이상 벌어지게 된다. 미국 달러화는 국제 결제 및 금융거래의 기본 화폐인 기축통화이지만 원화는 위험통화로 분류된다. 양국간 금리차가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경제여건이 과거보다 단단해졌지만, 경제버팀목인 수출지표가 불안한 상황에서 경제에 부담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아울러 예상을 벗어나 Fed가 자이언트 스텝을 추가로 밟을 경우 금리 차는 1.5%포인트까지 벌어져 다시 환율 상승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금리 인상의 주 배경이었던 환율시장이 안정된 가운데 한은이 추가로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은 낮다"며 "특히 자금시장 경색이 이어지는 점을 우려스럽게 바라볼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안팎에선 기준금리와 함께 발표되는 수정경제전망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 역(-)성장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낼 것이란 얘기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국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2%에서 1.8%로 낮춰 잡았다. 고물가 고금리에 소비가 제약되고 반도체 경기 하락 등으로 수출이 둔화하면서 성장 흐름이 약화될 것이란 배경이다. OECD는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8%에서 2.7%로 소폭 내렸다.
주 실장은 "한은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 후반으로 낮출 것"이라며 "사실상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고 수출 둔화세도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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