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그룹, 통합 작업에 수천억원…일시적 유동성 부담 불가피

입력 2022-11-23 17:51   수정 2022-11-24 14:21

이 기사는 11월 23일 17:5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메리츠금융지주가 자회사인 메리츠화재해상보험과 메리츠증권을 통합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내년까지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수천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일시적인 현금 유출로 자본 적정성이 저하되고 유동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 21일 자회사인 메리츠화재해상보험과 메리츠증권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포괄적 주식 교환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주식 교환은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주식을 메리츠금융지주에 이전하고 그 대가로 메리츠금융지주가 발행한 신주를 교환해 배정하는 방식이다.

주식교환 비율은 증권 1주당 지주 0.161주, 화재 1주당 지주 1.266주다. 주식 교환이 이뤄지면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은 메리츠금융지주의 완전 자회사(100%)가 되고 상장이 폐지된다.

신용평가업계는 3사 통합이 메리츠금융그룹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주 발행을 통해 자회사의 주식을 취득할 경우 자산과 자본이 같이 증가해 재무구조가 일부 개선되지만, 메리츠금융지주의 신용도가 주력 자회사의 신용도와 연계돼있다는 점에서다.

주식 교환이 이뤄지더라도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주주 간 변동이 있을 뿐 재무 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다. 한국신용평가가 부여한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증권의 회사채(선순위) 신용등급은 각각 AA(안정적), AA-(안정적)이이며, 메리츠화재의 후순위채 신용등급은 AA(안정적)이다.



다만 단기에 수천억 원의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유동성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우선 메리츠금융지주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자기주식을 각각 7064주, 3693만6493주 매수해야 한다. 두 자회사에 대한 메리츠금융지주의 지분율은 메리츠화재가 59.5%, 메리츠증권이 53.4%다.

이외에도 메리츠증권은 약 3400억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RCPS) 395만6520주를 내년 4월 5일 주식교환일 이전에 전액 상환하기로 했다. 메리츠증권은 2017년 총 7480억원의 RCPS를 발행했고 자체 상환 계획에 따라 4000억 여원을 상환했다. 회사 측은 상환 적립금으로 이를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반대 주주들이 주식매수권을 청구할 경우 이를 매입하는 데 추가 자금이 소요될 전망이다. 포괄적 주식교환 과정에서 반대주주의 주식매수 청구 가격은 메리츠금융지주 2만5636원, 메리츠증권 4109원, 메리츠화재 3만2793원이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지급액 한도는 메리츠금융지주(2000억원), 메리츠화재(4000억원), 메리츠증권(2500억원) 등으로 총 8500억원 규모다. 대금지급액 규모가 한도를 초과할 경우 지배구조 재편이 무효가 될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주식매수 청구 규모에 따라 상당 규모의 현금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며 "향후 주식 교환 과정에서 단기적인 자금 부담과 배당 정책의 변화, 유보 이익 규모 추이 등에 대해서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메리츠 그룹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효율적인 자본 배분과 투자 여력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자회사의 배당금을 지급할 때 외부 주주들이 있어 자금 유출이 불가피했지만, 증권과 화재보험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면 그룹 내 유보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다. 메리츠그룹은 지주의 배당 성향을 50%로 유지해 유보율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PF 노출 비중이 큰 메리츠 그룹이 가파른 금리 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 시장 경색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자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부동산 PF 우발 부채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의 유동성 상황과 수익성 저하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메리츠그룹 측은 "주식매수권 청구가격이 현재 시세의 75%로 낮은 수준이어서 통합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최악의 가능성을 대비해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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