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첫 시집 <모르페우스 출근하다>(밥북)를 출간한 김지홍 시인은 한국경제신문 교열기자들을 이끄는 기사심사부장이다. 30년간 교열기자로 근무한 그의 시집에는 말과 글에 대한 끈질긴 성찰이 담겨 있다.
‘희망촌’이 그런 시다. “아저씨, 희망촌은 어떻게 가요?” 시인은 광화문 네거리 교보빌딩 앞에서 우연히 마주친 아이들에게 받은 이 질문을 예사롭게 넘기지 않는다. 희망촌은 마을 이름이지만, 직역하면 희망의 마을이란 뜻이다. 시인의 귀에 아이들의 질문은 ‘이 세상에 희망은 어디 있는가’ ‘우리는 어떻게 희망을 찾을 수 있는가’란 질문으로 들린다. “아무것도 꿈 꾸어지지 않는 그 여름/만나는 아이들마다 길을 물었다/희망촌이 어디냐고/희망촌으로 가는 길이 어디 있냐고.”
김 시인은 신춘문예나 문예지를 통해 시인으로 정식 등단한 이력이 없다. 20대부터 시인을 꿈꿔온 그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인생을 정리하듯 틈틈이 써온 시를 모아 첫 시집을 냈다. 1980년대 청년 시절 쓴 시, 8편의 연작 시 ‘시간의 침묵’ 등 60여 편이 수록됐다. 그의 시를 관통하는 소재는 ‘꿈’이다. ‘꿈의 신’ 모르페우스의 출근이라는 독특한 상상을 담은 표제작 ‘모르페우스 출근하다’ 등에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 서 있는 현대인의 고민이 담겨 있다.
그가 시 ‘고장난 세계’에서 노래하듯 시는 귓속 매미마냥 그에게 끊임없이 신호를 보낸다. “집중하라고/일하라고/혁명하라고.”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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