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 자금으로 기업을 사들이는 무자본 M&A는 그 자체로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인수자가 정상적인 경영보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려 시세 조종 등 불공정거래를 일삼다가 경영 사정이 나빠져 상장 폐지에 이른 사례가 부지기수다. 이런 행태는 갈수록 지능적이고 조직적으로 진화하는 추세다. 투자조합 등 다양한 법인격을 활용해 인수 주체를 은폐하고, 증권사·사모펀드(PEF) 등 제도권 큰손들과 결탁하기도 한다. 첨단 소재·부품·바이오 등 검증이 어려운 신규 사업을 부정거래 수단으로 사용하고, 콜옵션부 전환사채 등 새로운 기법도 대거 동원하고 있다.
이처럼 위장된 머니게임이 자본시장의 독버섯처럼 근절되지 않는 것은 관리와 감독에 구멍이 뚫려 있는 탓이다. 무엇보다 기업을 인수한 후에 드러난 불공정 행위에 대한 처벌은 가능하지만, 사전적 예방에는 속수무책이라는 게 문제다. 인수 기업의 자금조달 계획서나 경영계획서를 제출받아 금융당국이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을 활용하는 무자본 M&A나 차입처가 불분명한 거래라면 제재가 필요하다. 잦은 대주주 변경이나 빈번한 대규모 사채 발행 등 사전 징후에 대한 감시와 모니터링 강화는 필수다.
코스닥 무자본 M&A 시장을 무대로 한 검은 커넥션에는 권력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도 짙다. ‘1세대 CB 공장장’으로 알려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경우 정권은 물론 검찰 핵심 라인과 막역하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가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 쌍방울 대북사업에는 정치권 유력 인사 이름이 대거 등장한다. 권력형 범죄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의혹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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