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최대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지하를 통과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계획안에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선 안전 문제를 걱정하는 주민들의 반응은 이해되지만 지하 40~60m의 대심도(大深度) 개발까지 관여하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커지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와 만나 “‘우리 단지는 안된다’고 반대한다고 국책사업을 바꿀 수는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원 장관은 이어 “특히 은마 아파트 구간의 공법은 기존 GTX-A, 한강 터널 등 도심 한가운데를 이미 지나가며 안전성이 검증된 공법”이라고 덧붙였다.
GTX-C 노선을 둘러싼 갈등은 작년 6월 현대건설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노선이 아파트 지하를 통과한다는 이유로 반발이 이어졌다. 재건축 아파트 지하를 GTX가 통과하면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주민들은 우회 노선을 요구하며 지난 12일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지하 철도 통과는 무조건 위험하다고 단정짓는 건 과도한 우려라고 입을 모은다. 은마아파트가 1977년 준공된 오래된 아파트인 만큼 일반 주거지에 비해 안전사고 우려가 큰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이미 서울의 지하는 도심 철도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서울지하철의 평균 심도는 30m 정도이고, 가장 늦게 개통된 지하철 9호선은 50m 안팎이다. GTX-A~C 노선은 40m 이상의 대심도에 들어선다. 특히 은마아파트를 지나가는 GTX-C 노선 구간은 지하 60m 깊이에 이른다.
주민들은 GTX 열차 속도가 시속 100~200㎞로, 일반 지하철 속도(시속 30~40㎞)와 다르기 때문에 위험성이 더 높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고 시속 350㎞로 달리는 수서고속철도(SRT)가 지하로 관통하는 경기 용인 기흥구 일대의 심도는 36~40m 수준이지만 안정성 논란이 없다. 지반 안정성도 노선안 설계 단계에서 검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컨소시엄 관계자는 “은마아파트는 지반 상태가 좋고, 깊이도 60m 수준이라 지반 침하에 대해선 걱정할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라 대심도는 해외에서도 미래 교통망을 구축하는 핵심 공공재로 꼽힌다. 영국 런던 도심의 대심도를 지나는 광역급행철도인 ‘크로스레일’이 대표적이다. 한국 역시 수도권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상 건축물 등과 저촉 없이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대심도 지하를 활용해야 한다.
GTX-C 노선 논란은 장기화하면 광역교통망 구축뿐 아니라 최근 서울시 심의를 통과한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역구에 은마아파트가 있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국토부가 추진하는 GTX 사업과 서울시의 재건축 사업을 연계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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