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둔화 폭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됨에도 불구하고 물가 전망치의 하향 조정 폭은 크지 않다”며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한 배경을 밝혔다. 이 총재는 “11월의 경우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의 기저효과 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월보다 상당 폭 낮아질 수 있다”면서도 “전기·가스요금이 추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5% 수준의 높은 오름세가 내년 초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10월 금통위 때와 달리 금리 인상 폭을 줄인 데 대해선 “외환 부문의 리스크(위험)가 완화되고 단기금융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이 제약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22일 한·미 금리 역전 이후 1439원90전까지 치솟았다. 한은이 지난달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밟은 주요 요인 중 하나도 환율이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선 환율이 고점 대비 100원가량 떨어졌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에다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완화 기대감이 작용하면서다.
외환시장은 비교적 안정됐지만, 국내 자금시장 불안이 통화정책의 변수로 떠올랐다. 금리 인상 과정에서 시장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지만,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면서 단기자금시장이 경색됐다는 게 한은 판단이다. 이 총재는 “불필요하고 과도한 신뢰 상실이 생기면서부터 시장금리가 기준금리가 올라가는 것 이상으로 급격하게 올라가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면 한은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최종금리 수준이 연 3.5~3.75%가 될 것으로 봤다. 신성환·서영경·박기영 위원으로 추정되는 3명은 연 3.5%를, 조윤제·이승헌 위원으로 보이는 2명은 연 3.75%로 최종금리 수준을 전망했다. 주상영 위원으로 추정되는 한 위원은 현재 연 3.25%에서 금리 인상을 멈춰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금통위 의결문에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나온 부분도 주목받았다. ‘당분간’이란 표현은 이전 의결문엔 없었다. 이 총재는 ‘당분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묻는 말에 “3개월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