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대학에도 배분해주겠다고 나섰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초·중·고 교육을 담당하는 각 지방교육청 예산으로 중앙정부가 보내주는 것이다. 교육교부금법에 따르면, 내국세의 20.79%를 기계적으로 교육청에 배정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학생들이 해마다 크게 줄어드는 와중에 교육교부금은 절대 규모가 오히려 급증한다는 것이다. 세율 조정으로 과도한 교부금을 바로잡는 방식이 아니라, 여유분 자금을 대학에 주겠다는 정부 계획에 대한 문제 제기와 반대가 논란의 핵심이다. 재정난을 겪는 대학에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 이럴 경우 부실 대학의 퇴출을 가로막으며 교육개혁을 방해할 뿐이라는 주장이 맞서는 상황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남는 초·중등 교육용 교부금의 대학 배분은 타당한가.
교육교부금은 말 그대로 교육 진흥을 위해 쓰자는 돈이다. 초·중·고생이나 대학생이나 모두 대한민국 학생이다. 모두 납세자인 국민의 자녀다. 그렇다면 학생 수가 줄면서 남아도는 초·중·고교용 예산을 대학으로 돌려 적극 활용하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 초·중·고교 쪽에는 예산이 남아돌아 흥청망청 낭비된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판에 대학에는 쓸 수 없다고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대학도 미래 인재 양성이라는 차원에서는 초·중등 교육보다 중요성이 조금도 못하지 않다. 교육행정의 칸막이를 완전히 철폐해야 하듯이 재원배분에서도 기계적인 구별을 없애는 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 준비에도 부응한다.
초·중·고교와 대학 간 재정 격차를 해소하는 차원을 넘어 하나의 특별회계로 단일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고등교육기관으로 대학이 살아나면서 한국 교육의 경쟁력도 살릴 수 있다. 국회에도 법안이 나와 있는 만큼 당연히 그런 쪽으로 가야 한다. 대학 재정 지원에 일선 시·도 교육감들이 반대하는 것은 밥그릇 지키기와 다를 바 없다. 일종의 기득권 고수다. 남아도는 81조원 가운데 3조2000억원만 떼어주겠다는 것은 오히려 미진하다.
대학 사정이 어렵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소멸 위기가 나오는 와중에 지역의 각급 대학 형편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이 때문에 교육교부금을 대학 지원용으로 쓰는 순간 획일적·균등 배분 방식이 될 공산이 크다. 대학에까지 균등 배분은 최악의 교육대책이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학의 구조조정이다. 이미 자생력을 잃고 독립 의지까지 꺾인 지역의 부실 대학에 찔끔 떼어주는 지원금이 진정 도움이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심하게 말하면 스러져가는 대학에 인공호흡 장치를 달아 조금 연장시키는 꼴이 된다. 그러면 정부 스스로 외쳐온 대학 구조조정을 정부가 다시 가로막는 결과가 된다.
지금 시급한 것은 내국세의 20.79%를 기계적으로 전국 교육청에 배정하도록 한 교육교부금법을 고치는 일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교부세율을 낮추고, 이 재원을 좀 더 생산적인 곳에 투자해야 한다. 최소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에 직접 지원을 확대하는 게 낫다. 교육교부금이 남아돌아 문제는 됐지만, 정부의 가용 재원은 갈수록 부족해진다. 정부가 괜히 법에도 없는 일에 나서 초·중등 교육계와 대학 간 싸움을 붙이는 꼴이 됐다. 대학을 향해 불필요한 ‘희망고문’을 더 해선 안 된다. 교육개혁 과제 안에는 대학의 자생력 확보, 부실 대학과 재단에 퇴로 열어주기도 포함된다. 이런 데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