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쌓아올린 벤투 '빌드업 축구'의 위력…가나 잡아야 16강 간다

입력 2022-11-25 18:17   수정 2022-11-25 23:43


첫 단추는 무난하게 끼웠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4일 카타르월드컵 H조 첫 경기에서 우루과이를 상대로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워 무승부를 기록했다.

벤투호는 오는 28일 다시 한번 시험대에 선다. 16강 진출을 위해 최소 승점 4점(1승 1무 1패)이 필요한 한국은 가나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관건은 첫 경기에서 드러난 골 결정력 부족을 어떻게 보완하느냐다.
4년 공들인 ‘빌드업 축구’의 위력
이날 보여준 벤투호의 ‘빌드업 축구’(짧은 패스를 통해 공격을 완성하는 방식의 공격법)는 기대 이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은 데다 날카로운 공격도 몇 차례 보여줘서다. 남미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던 한국으로선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벤투호가 지난 4년간 공들인 빌드업 축구로 무장한 한국은 우루과이를 상대로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며 경기 흐름을 주도하기도 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을 마치고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4년 동안 월드컵을 준비한 사령탑이다. 벤투 감독은 한국팀에 빌드업 축구를 입혔다. 많이 뛰는 것을 강조한 기존 방식과는 사뭇 다른 전략이었다.

빌드업 축구는 예선보다는 본선에서 더 빛을 발했다. 중원의 황인범(올림피아코스), 이재성(마인츠), 정우영(알사드)은 한 뼘씩 상대를 몰아세웠다. 벤투 감독은 이날 공격에 변주를 더했다. 그동안 짧은 패스 위주로 경기를 운영했었는데 이날 경기에선 중원에서 좌우 측면으로, 후방에서 전방으로 향하는 롱패스 공격을 여러 차례 선보였다.

후반 30분 이강인(마요르카)을 깜짝 기용한 것도 달라진 벤투 감독의 모습이었다. 이강인은 그간 벤투호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그의 색깔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토트넘) 등 스피드 있는 선수들을 돕기 위해 이강인을 교체로 넣었다”며 “이강인은 공격 진영에서 빠르게 전진하는 능력이 좋다”고 평가했다. 그는 남은 경기에서도 상황에 따라 이강인을 활용할 여지를 열어뒀다.
배수진 친 가나와 한판 승부
벤투호는 28일 가나와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펼친다. 가나는 한국-우루과이전에 이어 열린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2-3으로 패했다. 한국에 패배하면 16강 진출 가능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배수진 외에 다른 전략은 없다. 가나의 오토 아도 감독은 “한국을 잡으면 16강 기회는 열려 있다”며 “한국은 좋은 팀이라 어려운 경기가 될 것 같지만 꼭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남은 2경기에서 2승이나 1승 1무를 거둬야 16강 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이라도 지면 탈락할 가능성이 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한국은 1승 1무 1패를 거뒀는데도 16강에 들지 못했다. 그런 만큼 포르투갈보다 손쉬운 가나는 반드시 잡아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이날 가나는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여줬다. 수비는 다소 허술했지만 공격력만큼은 포르투갈에 못지않았다. 앙드레 아유와 모하메드 쿠두스 등 수준급 공격진은 포르투갈을 괴롭히며 두 골을 낚았다. 포르투갈이 올해 A매치 10경기에서 두 골 이상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건은 에이스 손흥민의 컨디션이다. 우루과이전에서 손흥민은 부상에도 풀타임을 뛰는 투혼을 보였지만, 아직 이전 경기들과 같은 움직임은 보여주지 못했다.

골 결정력은 벤투호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집계에 따르면 한국은 이날 슈팅 6개를 기록했지만, 유효슈팅은 하나도 없었다. 후방의 짜임새 있는 패스와 달리 안쪽으로 치고 들어가는 날카로운 공격력은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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